김병욱(오른쪽) 윤석열 은폐수사 및 50억클럽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월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장동 진상규명 특검수사 반대하는 국민의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놓고 여야 간 지루한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검 도입 자체에 대해서만 의견을 같이할 뿐, 특검 방식·수사 내용 등에서는 여전히 입장이 갈리고 있어 이대로라면 차기 정부 들어 검찰 수사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대선 이후 다시 상설특검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스스로 공언한 법과 원칙에 따른 국정 운영을 하기 위해 취임 이전 숙제가 있다. 바로 윤 당선인 본인의 대장동 사건 연루 의혹"이라며 "대장동 사건은 상설특검을 조속히 돌입해야 한다. 윤 당선인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별도특검 카드로 맞섰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최근 YTN 뉴스프로그램 '뉴스Q'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수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수사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냐가 관건인데 (상설특검은)그 주체를 민주당 정권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7명의 추천위원 중에 4명이 실질적으로 민주당 영향력 하에 있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수사할 검사를 지명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분명한 입장 차를 보였다.
지난 1월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해 첫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장동 특혜의혹' 특검수용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설특검은 특검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최종 1명을 임명한다. 추천위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명씩 추천하고 법무부 차관·법원행정처 차장·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국민의힘은 법무부 차관 등이 민주당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인사들이라며 상설특검에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별도특검의 경우 대한변협이 후보군 4명을 추천하면 여야가 2명으로 압축하고 대통령이 최종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특검 가동까지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며 별도특검 대신 상설특검 가동을 주장하고 있다.
서로 생각하는 수사 방향도 다르다. 민주당은 지난 3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및 이와 관련한 불법대출·부실수사·특혜제공 등의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수사요구안'을 당론으로 발의하면서 2011년 윤 당선인이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반면 국민의힘이 지난해 발의한 대장동 특검법안은, 아예 명칭에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포함될 정도로 과거 성남시장으로서 개발 인허가권자였던 그의 배임 여부 등을 정조준한 성격이 짙다.
한병도(왼쪽)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1월11일 오후 국회에서 대장동 특검법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당 간 대립이 이어지면서 특검 도입이 좌초돼 새정부 출범 이후 검찰이 전면 재수사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검 도입이 무산돼도 '50억 클럽'의 실체 등 여전히 수사로 드러나지 않은 국민적 의혹이 많은 만큼 수사 자체는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장동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설특검이냐 별도특검이냐를 놓고 벌이는 여야의 대치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금 여야가 밀고 당기는 과정은 크게 의미가 없다"며 "여야의 대치 상황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일종의 기싸움"이라고 해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에서 진정성이 있다면 바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대선에서 이슈화한 뒤 하지 않고 있다"며 "수사 대상에 윤 당선인을 포함할 지, 이 상임고문 위주로 의제를 설정할 지 등이 중요한 문제이지 상설특검이냐 별도특검이냐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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