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현대차(005380)그룹의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완성차업계의 반도체 공급난과 러시아 경제제재 등의 여파로 올해 현대차 연결 실적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가 한국을 비우호 국가로 지정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이 사실상 무기한 연장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연산 23만대 규모로 현대 투싼과 펠리세이드,
기아(000270) 스포티지 등을 생산해 러시아 현지에 공급해왔다.
하지만 앞서 이 공장은 지난 1~5일 반도체 공급난의 이유로 공장 가동을 멈춘 상태다. 생산 계획도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도 했다. 러시아의 연휴인 6~8일이 지난 후 이날부터 공장을 재가동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지에서) 9일 공장 재가동은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 아직까지 따로 업데이트를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9일부터 공장 재가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이번에는 상황을 알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진=뉴시스)
여기에 러시아가 한국을 비우호 국가로 지정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이번 조치가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 러시아는 한국 등 우크라이나를 지자하는 국가에대해 외화 채무를 폭락한 루블화로 상환하도록 하는 등 맞보복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이 여기에 포함된 만큼 러시아에 공장이 있는 현대차그룹도 이 상황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루블화 가치가 최근 70% 안팎으로 폭락했는데, 언제 가치를 회복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법인의 연간 매출규모가 약 3조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현대차 연결 실적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올해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판매 목표는 지난해보다 5.8% 많은 45만5000대에 달한다. 하지만 지금 국면이 지속되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제재 국면으로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법인 손실 규모를 4500억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EV·모빌리티팀 팀장은 "올해 현대차는 최대 2000억원, 기아는 최대 25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비우호 국가에 포함되면서 예전처럼 현대차그룹 독자적으로 투자 규모나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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