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1월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전관예우 차원에서 '봐주기' 했다는 취지의 김만배씨 녹취록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김씨는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천문학적 이득을 챙긴 화천대유의 대주주다. 오는 9일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피 말리는 접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여야는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며 맞섰다.
뉴스타파는 지난 6일 김씨가 대장동 검찰 수사 직전인 지난해 9월15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나눈 1시간12분가량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 당시 불법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박영수 변호사에게 소개했고, 박 변호사와 특별한 관계였던 주임검사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사건을 잘 무마해 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검찰은 조씨를 상대로 계좌 추적까지 벌였지만 참고인 조사만 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박 변호사는 이후 박근혜 국정농단 특별검사를 맡았고 윤 후보는 수사팀장으로 특검팀에 합류했다.
여야는 이를 놓고 크게 충돌했다.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책임의 화살을 윤 후보로 돌렸다. 이 후보는 6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녹음파일을 공유하며 "적반하장 후안무치의 생생한 현실을…널리 알려달라"고 적었다. 또 7일 부산 유세를 마친 후에는 입장문 발표를 통해 "대장동 사건의 진실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위대한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고 했다. 송영길 대표도 "왜 대장동 몸통이 윤석열과 박영수인가 증명되는 김만배 녹취록이 공개됐다"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의 수준에 딱 맞는 그런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선거 막바지에 민주당의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가 도를 넘고 있다"며 "민주당은 왜 항상 녹취록을 가져와도 범죄에 연루된 분들의 증언만 가져오시는지 참 의문"이라고 비꼬았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해당 보도에 '조작 흔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녹취록이 있으면 왜 지금에나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며 "자기들도 자신할 수 없는 부분(이라 선거) 막판 어려우니까 막 던지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7일 경기 안양 평촌중앙공원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초박빙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선거 직전 돌발변수는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선 막판 변수가 터지는 것은 안 좋다"며 "대선 본투표를 앞두고 이런 게 나오면 분명히 변수가 된다. 누가 공세를 하고 누가 방어를 하느냐 이 구도인데, 그런 차원에서 윤석열 후보 쪽에서는 수세로 몰리니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또 "이러한 사건이 터져버리면 (지지층이) 투표장에 안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선 투표일까지 이틀 남은 상황에서 이 같은 변수가 이미 확고한 지지층의 마음을 돌리게 역부족일 수 있지만, 중도층과 부동층을 대상으로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봉신 조원씨앤아이 부사장은 "지지할 후보를 마음 먹은 지지층에게는 어차피 영향이 없다"며 "그런 분들 중 일부는 이미 사전투표에 다 참여했기 때문에 실제로 표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문제는 중도층"이라며 "아직 지지할 후보를 미결정한 일부 유권자들이 이러한 정보를 얻었을 때에는 막판에, 심지어 당일날 결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그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고, 중도층과 미결정자에게는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중도층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그는 "투표일 이틀 전에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이미 양쪽 진영이 다 후보를 결정했기 때문에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했다. 다만 박 평론가는 "일련의 흐름을 볼 때 중도층이라든지, 젊은층에게는 윤 후보에 대한 약간의 부정적인 여론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시간적으로 크게 바람을 일으킬 것 같지는 않지만 초박빙 싸움이라면 1~2%만 움직여도 (김만백 녹취록이) 결정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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