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최근 들어 ESG 경영의 핵심으로 꼽히는 ‘RE100’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그간 S와 G는 사회공헌 활동, 지주사 전환 등의 형태로 경영 전략에 반영돼 왔으나, E는 기업의 수익성 극대화와 공존할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같은 흐름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완전히 뒤바뀐 모습이다. 각 기업의 전략을 살펴보면 S와 G 보다 E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기업들의 행보는 친환경성 강화 관련 투자에 쏠려있다. 따라서 친환경 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RE100' 가입과 동시에 단계적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현대차는 태양광,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아산 공장과 울산 공장에서는 약 19MW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고 폐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 저장 장치(ESS)를 설치해 태양광 발전과 연계하는 실증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한화큐셀 진천공장 셀라인 전경. 사진/한화
해외 공장도 마찬가지다. 인도 공장의 경우 외부 발전사를 통해 약 85%의 전력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공급받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공장에는 3.2MW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기아는 2030년까지 차량의 모든 플라스틱 소재 부품 중 20%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작하고, 재생 에너지 전력 공급자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전력거래계약(PPA)이나 한국전력을 통한 녹색 프리미엄 전력 구매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재생 에너지 사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화솔루션(009830)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력을 100%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한국형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모든 사업 부문이 단계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다.
또 한화솔루션은 현재 1% 미만인 재생 에너지 전력 사용 비중을 2030년 21%, 2040년 37%, 2050년 100%로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선 현재 큐셀 부문이 개발 중인 고효율 태양광 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재생 에너지로 배출량 줄이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케미칼 부문이 2024년 상업화를 추진 중인 수전해(물 전기 분해) 기술로 생산한 그린 수소로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계열사인 한화임팩트가 지난 6월 미국 PSM(Power Systems Mfg)과 토마센 에너지(Thomassen Energy)로부터 인수한 수소 혼소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수소 혼소는 기존 LNG(액화천연가스)발전에 수소를 혼합해 미세먼지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저탄소 발전 기술이다.
전력 이외에 사업장 가동에 필요한 다른 에너지는 수소와 암모니아를 활용해 조달할 계획이다. 케미칼 부문은 이를 위해 2023년부터 LNG대신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보일러를 도입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스팀을 생산한다. 2030년부터는 '탄소 포집 저장 활용 기술(CCUS)'로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계획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구선정 디자이너
다만 재생에너지 활용 비중 확대는 숙제로 남는다.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기존에 가입된 국내 업체의 재생 에너지 전환율이 30%대 미만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속가능성 평가기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위원회가 발간한 'RE100 2021’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RE100 가입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전환 실적은 33%에 불과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전환 실적은 5%, 한국수자원공사와 SK㈜·SK하이닉스·SK머티리얼즈 등은 0%로 집계됐다.
반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인텔 등은 전환 실적이 100%에 달했다. 자동차업체인 BMW는 81%를 기록했다. 다만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보다 저조한 24%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RE100은 선택에서 의무로 전환되고 있다"며 "출범 초기에는 기업들의 RE100 참여 동력으로 온실가스 저감, CSR, 고객 요구, 리스크 관리 등이 꼽혔으나, 최근 들어서는 국가별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이 신설되면서 RE100은 사회적 트렌드를 넘어 필수 사항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엔은 2099년까지 지구 온도를 1.5도 이하 상승으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실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2019년 세계 121개국은 탄소중립화 노력에 합의했으며, 우리나라도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대통령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한 바 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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