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창업을 할까? 당연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돈도 벌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 마음이 직원으로서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은 하기 싫지만, 본인이 회사를 만들어서 내 뜻대로 추진하는 일은 열심히 재미있게 하게 된다. 유니콘처럼 회사가 급성장하면 창업자의 지분가치는 수백억, 수천억 원에 달할 수도 있을 정도로 부를 축적할 수도 있다. 그런데 회사를 내 뜻대로 이끌 수 있는 것과 부를 축적하는 것은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까.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노암 와서먼(Noam Wasserman)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두 가지 목표는 대체로 양립할 수 없다.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데에 더 신경 쓰는 창업자는 공동 창업자, 뛰어난 직원, 투자자를 유치하려고 창업자 지분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회사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게 되면 회사에서 창업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 반면 회사를 내 것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창업자는 지분을 내어주는 데에 인색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딜레마로 인해 창업자는 부를 축적하는 것과 회사에 대한 통제력 간의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이율 배반) 관계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부자”가 될 것인지 “왕”이 될 것인지의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조율해야 한다.
회사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려 하는 창업자는 적은 자본으로 기술과 인맥을 이미 확보하였을 경우가 적절하다. 이러한 목적을 가진 창업자는 창업 전에 회사를 오래 다니면서 비즈니스 경험과 관리 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한편 부를 축적하려는 창업자는 빠르게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전문경영인 체계를 받아들인다. 이런 창업자는 직접 새로운 CEO를 영입하기도 하고 이사회와 협력하여 경영권을 승계한 후 창업자로서 새로운 역할을 찾기도 한다. 기술 중심의 벤처, 스타트업 회사인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스탠퍼드 대학원생이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창업한 구글은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인 클라이너 퍼킨스의 투자를 받게 된다. 클라이너 퍼킨스는 ‘연륜 있는 40대 전문 경영자’가 구글에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노벨의 CEO를 역임한 에릭 슈미트를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시켰다.
많은 벤처,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이 이 딜레마 문제를 간과한다. 현실적으로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를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는 과정에서 실패하는 것 보다 창업자가 “부자” 또는 “왕” 선택의 문제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보통 창업자들은 본인이 회사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확신하며 회사에 대한 사랑과 애착을 갖게 된다. 이는 아이에 대한 부모의 태도와 비슷한데 창업자가 직접 만들었고 초기에 현금 보상이 매우 낮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창업자가 이런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는 데에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창업자가 회사를 설립할 때 마음 맞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공동 창업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암묵적인 신뢰를 가지고 구제적인 조건을 따지지 않고 지분 비율을 정하는데 이는 회사 성장에 매우 위험한 문제가 된다. 함께 창업하기로 약속한 공동 창업자가 지분만 챙긴 후 회사에 큰 기여를 하지 않는다면 창업자는 얼마나 기운이 빠지겠는가. 게다가 공동 창업자에게 이미 배정한 지분을 다시 회수해 오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가 된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수록 투자자와 이사회의 회사 지배력이 커지면서 창업자는 회사를 마음대로 통제하기 어렵게 된다. 때때로 창업자는 경영자의 자리를 내어주고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할 때도 있다. 창업자의 회사에 대한 열정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잘 알려진 대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 개발 시 디자인이 멋져야 한다며 독단을 부리다 잡스 본인이 영입했던 CEO 존 스컬리에 의해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하였다.
이처럼 창업자의 속성에 따라 나만의 제국을 만들겠다는 창업자는 회사에 대한 통제력을 잃으면 부자가 되더라도 본인이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반대로 본인의 부를 축적하려하는 창업자는 회사가 빨리 성장하여 경영자의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자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제 2벤처붐을 맞은 우리나라에서도 학술적 연구가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이런 창업자의 딜레마 문제에 대한 심도 있고 체계적인 실증적 연구가 필요하다.
전성민 벤처창업학회 회장 /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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