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TV토론에서 경쟁력을 발휘해 최근 지지율 부진에서 탈출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비치고 있다. TV토론은 5년 전 안 후보를 악몽으로 몰아간 장이었지만, 현재 안 후보에게는 최종 선택지가 됐다.
안 후보는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통령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원내정당 4명의 후보가 모여 원탁 테이블이든 토론이든 마주 앉아 현안을 이야기하면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앞서 지난 6일에는 "다음 TV토론에서 연금개혁을 주제로 '끝장토론'에 나서자"고 했다.
안 후보의 토론 제안 배경에는 대선을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자신의 도덕성·전문성을 국민에게 내보일 창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양강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자신을 비롯해 가족 논란에 휩싸여 비호감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그의 도덕성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차별화된 요소로 국민들에게 비칠 수 있다. 전문가들도 이 점을 안 후보가 노렸다고 봤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안 후보 입장에서는 당연히 TV 토론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3위 후보로서 단기간에 국민적 관심을 받을 수 있고, 양당 후보가 공방을 벌이면 자연스레 자신의 강점인 도덕성이 부각되며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중도층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도 "본인 능력과 자질을 알려야겠다는 것"이라며 "토론을 하면 자신과 이재명, 윤석열 후보 등이 자연스레 비교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19대 대선에서 TV토론의 악몽이 있다. 선거를 불과 2주여 앞둔 2017년 4월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최한 대선후보 1차 초청 토론회가 발단이었다. 안 후보는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제가 갑철수냐, MB아바타냐"고 따졌다. 민주당의 '네거티브 지침 문건 논란'을 꼬집은 발언이었지만, '셀프 네거티브'가 되며 스스로를 MB 이미지에 귀속시키는 자충수가 됐다.
안철수(가운데) 국민의당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패착은 뼈아팠다. 토론 직후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직전보다 10.4%포인트 급락한 26.4%에 그치며 문재인 후보(40.4%)에게 크게 뒤졌다. 토론 이전 같은 기관 조사에서 37.0%로 문 후보(37.7%)와 호각세를 이뤘던 것을 생각하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발언이었다. 알앤서치가 토론 이후인 4월 넷째주 실시한 조사에서도 4월 둘째주 조사보다 10.9%포인트 추락한 26.1%의 지지율을 보였다. 안 후보가 설립한 안랩 주가는 토론 이튿날 직전 거래일 대비 11% 넘게 급락했다. 결국 안 후보는 대선에서 득표율 21.4%로 3위에 그쳤다.
이번 대선에서도 토론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는 않은 분위기다. 8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5~6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 결과, '지지 여부를 떠나 지난 3일 TV토론에 참석한 후보들 중 누가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안 후보는 12.3%로 3위에 그쳤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근 안 후보는 "토론에서의 실수 때문에 제 지지율이 빠진 게 아니라 드루킹 댓글 조작으로 지지율 피해를 본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자신이 토론에 있어서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과거보다 안 후보의 토론 실력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전 서울시장 TV토론 당시와 비교해 3일 토론은 잘했다"고 평가했고, 김두수 대표도 "약간 떨기는 했지만, 이전보다 토론 능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TV토론을 잘하는 것과 지지율 상승은 별개의 문제라는 게 정치권 정설이다. 19대 대선 1차 토론 후 여론조사에서 토론을 가장 잘 했다고 평가를 받는 이들은 심상정 후보(27.2%)와 유승민 후보(22.1%)였지만, 둘의 실제 득표율은 미미했다. 신 교수는 "원래 토론은 지지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고, 최 원장은 "그래서 TV토론은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외모, 코디 등도 중요한 요소"라며 "달변보다 말은 어눌해도 진정성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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