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대표 업종으로 여행업이 꼽힌다. 2년이 넘도록 아직도 해외로 가는 비행기는 제대로 뜨지를 못하니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소관부처가 몇 가지 대안을 내놨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그나마 애써 바꾼 관광진흥법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지난해 9월24일부터 여행업 업종 명칭과 등록 기준 자본금 규모가 바뀌었다. ‘국외여행업’이 ‘국내외여행업’으로 변경돼 기존 국내여행업을 폐업해도 국내와 국외 여행업을 동시에 할 수 있게 됐다.
국내외여행업의 경우 기존에는 국내외 국외 여행업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여행업 자본금 1500만원, 국외여행업 자본금 3000만원으로 총 4500만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개정 후 국내외여행업으로 등록한다면 자본금 3000만원으로 똑같은 사업을 할 수 있어 1500만원의 절감효과가 있다.
분명 여행업계를 위한 정책이었다. 자본금을 낮추고 등록면허세를 줄여주기 위한 취지였다. 그런데 좋은 취지, 거기서 그쳤다. 당장 한 푼이 급한 이들이 국내여행업이라도 폐업 신청을 하면 돈을 아낄 수 있었는데 몰라서 못했다. 홍보 부족이다.
지방자치단체는 폐업을 어떻게 강요하겠느냐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탁상행정의 방증이라 하겠다. 국내여행업 폐업에 대한 안내는 가게 문을 닫고 영업을 종료하라고 종용하는 것이 아니다. 법이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바뀌었으니 필요 없는 것을 떠안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알려주는 맥락이다. 법 개정의 취지도 그랬다.
그러나 사업을 담당하는 지자체들은 ‘폐업’이라는 단어에만 매몰돼서, 혹은 단어 뒤에 숨어서 제대로 된 홍보를 하지 않았다. 폐업을 강제할 수 없으니 홍보할 필요도 없다고 합리화했다.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여행업을 제쳐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투잡, 쓰리잡을 뛰는 이들은 이런 소식 하나하나를 찾아나설 여유가 없다. 누구하나 공문을 보내오지 않으니 알음알음 고급 정보를 알게 된 이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시행령을 전혀 모른 채 새해를 맞았고, 결국 사전에 정리할 수 있었던 등록면허세도 이중으로 내게 됐다.
여행업계를 위해서 기껏 법을 공들여 손질해놓고 제대로 적용하지도 못하는 일은 적어도 없어야겠다. 자영업자들의 생존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합을 맞추지 못해 사업자가 엉뚱한 피해를 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변소인 중기IT부 기자(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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