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코로나19에 따른 북한의 국경봉쇄 조치로 발이 묶인 리진쥔 주북한 중국대사가 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중국 대사 교체를 계기로 북한이 중국과의 본격적인 교류 재개에 나설지 주목된다. 북중 교류가 다시 시작되면 남북 교류·협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인 최룡해 동지가 22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작별방문 하여온 리진군(리진쥔) 우리나라 주재 중화인민공화국 특명전권대사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019년 2월2일 북한 친선예술단이 지난달 중국 베이징 방문 영상을 편집한 기록영화를 방영한 가운데 예술단이 출발하기 전 예행연습 현장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리진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대사가 건강한 몸으로 조중친선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기를 바란다"며 "습근평(시진핑) 총서기동지의 영도 밑에 중국 당과 정부, 인민이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한 새로운 100년 여정에서 보다 큰 성과를 이룩할 것"이라고 했다.
리 대사가 귀국길에 오르면서 조만간 후임 왕야쥔 대사가 북한에 부임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왕 대사를 내정했지만, 국경 봉쇄로 대사 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 우방국 대사의 귀국조차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코로나 차단에 주력했던 북한이 대사 교체에 이어 국경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북중 간 교역은 물론 고위급 인적 교류를 활성화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리진쥔 대사의 귀국 부분을 확인한 정도이고, 인적 교류에 대한 어떤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어서 그 이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이라며 "북중 교역은 기본적으로 북중이 협의할 사안이기도 하고 코로나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저희가 전망하거나 예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중 모두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교역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지만 기본 방역체계는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교류·협력은 좀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외부인의 방문을 허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차원에서 조만간 북중 교류가 이뤄질 가능성에 여지를 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중 간 교류협력은 섣부른 예상이라고 보여진다"면서도 "중국은 내년 2월에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있다. 아마 그때까지 어느 정도 비상방역체계를 강화하면서도 외부인들의 방문을 허용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의 조치를 좀 기다려야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9월16일 북한에서 중국쪽으로 세관이 열리는 시간이 되자 버스와 트레일러들이 입국을 위해 압록강 철교(조중우의교) 위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중 교류가 재개된다면 정부에서는 대북 지원의 길이 열리는 셈이다. 그동안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백신과 식량 지원 등의 방안이 나왔지만 북한의 국경 봉쇄로 실질적으로 현실화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에 북중 교류가 성사된다면 정부의 대북 지원도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시급한 대북 지원 방안으로는 남북, 북미 간 백신 협력이 꼽힌다. 앞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3일 열린 글로벌인텔리전스서밋(GIS) 축사에서 "미국이 더 담대하게 자국의 백신을 주겠다고 제안한다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모멘텀이 조성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을 백신 후진국으로 남겨놓은 상태에서는 아무런 진전이 되지 않는다"며 "남북 관계도 그렇고, 북미 관계도 그렇다. 백신 협력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협력을 통해 우선적으로 북측에 협력 의지를 전달하고 그 다음 북한이 종전선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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