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의 종로 공천 여부를 놓고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의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이 후보가 이 전 대표 지역구였던 종로에 무공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이 전 대표 측에서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반발하면서다.
이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21일 <뉴스토마토>와의 전화에서 "종로에 무공천한다는 발표를 본 순간 불쾌했다"며 "이 전 대표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사퇴를 중대한 비위와 같은 무공천 사유로 내모는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이었다.
갈등의 시작은 정당 혁신안으로부터 비롯됐다. 이 후보는 지난 3일 정당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당 쇄신작업을 이어갔다. 정당혁신위원장을 맡은 장경태 의원은 민주당의 귀책사유가 있는 지역에 대한 무공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후보도 지난 13일 경북 포항에서 당 혁신위가 종로를 포함한 5개 지역 재보선에 무공천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입장을 묻자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사실상 동의했다. 그는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스스로 만든 당헌·당규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약속을 쉽게 어기는 정당에 대해 국민이 책임을 묻고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확정된 재보선 지역은 서울 종로·서초갑, 경기 안성, 대구 중·남구, 충북 청주 상당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안성과 청주 상당은 각각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보선이 확정됐다. 종로는 이 전 대표의 사퇴로 보궐선거가 진행된다. 선거는 대선과 같은 내년 3월9일에 치러진다.
관심은 정치 1번지 종로 공천 여부에 집중됐다. 민주당 당헌 제12장 96조에 따르면 '당 소속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후보 측에서는 종로 역시 민주당의 귀책사유로 재보선이 실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지난 4·7재보궐선거 이후 더 이상 내로남불하지 않겠다는 각고의 마음으로 무공천하겠다는 것"이라며 "종로도 이 전 대표의 사퇴로 인한 것으로 포괄적 귀책사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4·7재보궐선거에서 당원투표를 통해 당헌·당규를 뒤집고 서울과 부산시장 후보를 낸 바 있다. 결과는 참패였으며 여진은 대선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과 부산 모두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성비위를 일으키며 재보선이 치러진 까닭에 무총천을 해야 했다는 비판도 컸다. 이는 곧 내년 재보선의 무공천 기조 바탕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10월 24일 서울 종로구 한 찻집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와 회동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반면 이 전 대표 측에서는 종로에 무공천한다는 것은 이 전 대표에게 '중대한 잘못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불쾌한 내색을 표했다. 이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비리나 성비위로 물러난 것이 아니다"라며 "정치적 결단에 의한 사퇴인데 당헌·당규 상의 '중대한 잘못'과 동일한 맥락으로 무공천한다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지난 9월 "정권재창출에 모든 것을 걸겠다"며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충청지역 경선에서 이 후보에게 큰 격차로 밀리자, 반전을 노리기 위한 배수진 성격이 짙었다. 당 지도부까지 나서 만류했지만 이 전 대표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한 듯 이 후보의 발언도 바뀌었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인터넷 언론과의 합동 기자간담회에서 '종로 등 5곳 무공천 방침'에 대해 "당내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당혁신위에서 공개적으로 던진 문제"라며 "당 대선후보로서 제 입장이 최종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이다.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측에서 강하게 항의를 했고, 그로 인해 이 후보의 발언이 바뀐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이 전 대표로서는 '부정부패', '중대한 잘못'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종로 무공천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문제가 양측 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종로 공천 여부와 함께 잠행을 이어가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이 후보의 섭섭함이 누적되면서 양측 간의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갈등이 쉽게 풀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이 후보가 대세론을 형성한다면 이 전 대표도 잠행에서 나올 것이고, 종로에 대한 정치적 결단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10월 24일 서울 종로구 한 찻집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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