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건설한 아파트의 분양원가, 원가 산정기준이 된 택지조성원가 등의 71개 항목이 전면 공개됐다. 설계·도급 등에 대한 내역서를 공개한 곳은 있었지만 아파트 분양원가를 산정해 공개하는 것은 서울시가 전국 최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고덕강일4단지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를 시작으로 사업정산이 마무리된 최근 10년 치 건설 단지 34곳에 대한 분양원가를 내년까지 모두 공개한다고 15일 밝혔다. 정보 공개는 서울시와 SH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진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오세훈 시장이 급등한 집값을 안정화하고 공기업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제시한 공약 사항으로 지난 11월에 발표한 SH공사 5대 혁신방안에도 포함돼 있다.
양 기관의 분양원가 공개항목은 건설원가 61개 항목과 택지조성원가 10개 항목이다. 특히 아파트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필수 공개항목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던 택지조성원가가 포함됐다.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택지조성원가 10개 항목은 △용지비 △용지부담금 △조성비 △기반시설설치비 △이주대책비 △직접인건비 △판매비 △일반관리비 △자본비용 △그 밖의 비용이다.
분양원가와 71개 항목에 더해 몇 백 페이지에 달하는 설계·도급 내역서도 함께 공개한다. 분양원가는 정리된 데이터인 만큼, 관련 상세 근거와 객관적 지표가 담긴 로우데이터(raw data)까지 함께 공개하는 것이다. 하도급내역서는 향후 신규 도급을 체결할 때 계약 조건에 자료 공개 여부를 명시하는 방식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SH공사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분양가 거품을 제거하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첫 시작으로 양 기관은 가장 최근에 지난 9월 준공 정산이 완료된된 고덕강일4단지에 대한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총 분양원가는 1765억800만원으로, ㎡당 택지조성원가는 271만7119원, 건설원가는 208만6640원이다. 구체적으로는 △임대주택 건설비(260억1100만원) △2019년 SH공사 임대주택 수선유지비 발생 분(475억4500만원) △2019년 다가구 임대주택 매입(244억9700만원) 등에 사용됐다. 이에 따른 분양 수익은 980억5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이미 준공돼 사업정산을 완료한 28개 단지, 5개 지구(마곡·내곡·세곡2·오금·항동지구)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 중에, 준공과 정산을 앞두고 있는 5개 단지(마곡지구9·고덕강일지구8·14단지·위례신도시A1-5BL·A1-12BL)는 각 단지별로 검증절차를 거쳐 하반기 중에 공개한다.
설계내역서와 도급내역서의 경우 작년에 공개한 항동 공공주택지구 4단지를 포함해 총 35개 단지에 대한 정보를 이미 SH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완료했다. 이후에도 SH공사가 조성하는 아파트는 원칙적으로 분양원가와 분양수익 사용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풍선처럼 부풀려진 주택분양가의 거품 제거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SH공사가 15일 분양원가를 공개한 고덕강일4단지 조감도.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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