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반값 아파트' 공급을 약속한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제51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신임 사장에 임명됐다. 임기는 15일부터 3년이다.
김 사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서울시 역점사업인 장기전세주택, 건물만 분양하는 정책 등 보다 많은 무주택 시민들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사장 후보 시절부터 줄곧 강조해 온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는 공공이 토지를 보유하고 건물만 입주자에게 분양하는 정책으로, 서울의 높은 땅값이 빠지고 건축비만 내면 되기 때문에 '반값 아파트'로도 불린다.
토지와 지분을 모두 매입하되, 입주할 때 분양가의 20~25%만 내고 나머지는 20~30년에 나눠 매입하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도 공급한다.
장기전세주택도 10여년만에 공급을 재개한다.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시세의 60~70% 수준으로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방식이다. 김 사장은 장기전세주택 보증금을 다른 부지의 주택 공급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역세권 등 교통과 기반시설이 양호한 지역에 택지와 공공주택을 확보할 것"이라며 "서울 전 지역에 유휴부지 등의 토지를 확보해 공공택지로 개발하고 토지를 비축해 필요할 때 즉시 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 조직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저품질' 등 공공주택의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설계단계부터 기준을 강화한다. 분양원가 공개는 물론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 등 비위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개발·공모·매입임대주택 사업 등에 예방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김 사장의 경영 방침을 두고 향후 서울시의회와 일부 자치구 간 갈등이 예상된다. 지난 10일 열린 서울시의회의 인사청문회 위원들은 김 사장의 전문성이나 경영 능력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당시 여당 소속 시의원들은 김 사장에게 양질의 주택공급과 주택공급 전담기관의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해 질문했지만 "설계 품질과 감리를 강화하겠다"는 답변에 그치자 전문성 부족을 우려했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에서 활동해왔으나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뜻을 같이 한다는 이유로 '허수아비'라고 비판하며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공공주택 부지와 관련해서 자치구와의 다툼도 예상된다. 인사청문회 당시 김 사장은 반값 아파트 공급 후보지로 강남구 옛 서울의료원·세텍 부지, 수서 공영주차장 부지, 은평구 혁신센터 부지 등을 거론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도시기능은 외면한 채 주택공급에만 급급한 잘못된 발상"이라고 즉시 반발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도 지난달 "서울시가 독단적으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할 경우 행정소송을 비롯한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막아낼 것"이라며 해당 부지의 공공주택 공급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김 사장은 20년 간 쌍용건설에서 근무한 후 1999년부터 경실련에서 활동한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2004년 경실련 활동 당시 '아파트값 거품 빼기 운동본부'를 세워 분양 원가 공개, 택지 공급체계 개선 등을 제안했다. SH공사의 분양가 폭리, 땅 장사 등을 주장하며 문재인 정권 부동산 정책의 저격수로 통하기도 했다. 2016~2017년 정동영 국민의당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김헌동 SH공사 신임 사장이 지난 10일 후보자 당시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시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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