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가 준중형에 이어 대형 SUV 전기 모델을 나란히 선보이면서 전기차 시장 주도권 싸움 파상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은 그간 준중형·중형급 모델이 주를 이뤘던 만큼 양사의 신차가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는 17일(현지 시각) 미국 '2021 LA 오토쇼(2021 Los Angeles Auto Show)'에서 전기 SUV 콘셉트카 '세븐'(SEVEN)과 '더 기아 콘셉트 EV9'(The Kia Concept EV9)을 각각 선보였다.
현대차의 전기 SUV 콘셉트카 ‘세븐’ 사진.현대차
세븐은 2019년 '45', 2020년 '프로페시' 콘셉트카에 이어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세 번째 도약을 알리는 콘셉트카로 대형 SUV 전기차 비전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해당 차량은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전기 SUV 차량인 'SUEV'(Sport Utility Electric Vehicle)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실내는 거주성을 향상해 탑승객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했으며 친환경적이고 위생적인 소재가 쓰였다.
세븐은 350kW급 초급속 충전 시 20분 이내 배터리 용량의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며 1회 충전으로 최대 482km 이상 주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자동차 고객경험본부장은 "아이오닉은 인류에 도움이 되겠다는 현대자동차의 비전을 잘 반영하고 있는 브랜드로 전기차 경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며 고객들에게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며 "이번에 공개한 세븐을 통해 고객 중심의 새로운 전기차 일상을 선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의 '콘셉트 EV9'은 기아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이 담긴 대형 SUV로 독창적이고 대담한 형상을 구현했다. 이 차량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기아의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주행·정차 상황에 따라 시트 방향을 바꿀 수 있는 3가지 실내 모드, 자연의 요소에서 영감을 받은 색상과 지속가능한 자원을 활용한 소재 등이 특징이다.
EV9는 1회 충전으로 최대 300마일(482km) 수준 주행, 350kW급 초급속 충전 시 배터리 용량의 10%에서 80%까지 약 20~30분 소요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V9은 전장 4930mm, 전폭 2055mm, 전고 1790mm, 축거 3100mm을 갖췄다. 이는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전장 4980mm, 전폭 1975mm, 전고 1750mm 축거 2900mm) 보다 전고를 제외하고는 모두 길다.
카림 하비브(Karim Habib) 기아 디자인 담당 전무는 "기아의 첫 대형 전동화 SUV 콘셉트카는 탄소 배출이 없는 파워트레인, 최첨단 외장 디자인,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을 근간으로 한 실내 공간이 결합됐다"고 말했다.
기아의 첫 대형 전동화 SUV 콘셉트카 '더 기아 콘셉트 EV9' 사진/기아
양사의 전기차는 국내외 시장에서 쾌속질주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신모델 출시에 힘입어 올 3분기 누적 기준 15만9558대를 판매해 글로벌 완성차기업 중 전기차 판매 5위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 출시된 아이오닉5는 국내에서 1만9250대, 해외에서 2만8017대가 팔려나가는 등 선전하고 있다. EV6도 내수 7326대, 해외 1만1742대가 판매됐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초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중장기 대응 전략을 구체화해 공개할 예정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모빌리티 시장의 개화 가시성 상승과 더불어 기존 자동차 업체들에 대한 가치 평가 프레임 전환이 진행 중인 지금 현대차그룹은 미래 시장에서의 성장과 생존, 그리고 기업가치 부양을 위해 보다 구체화된 새로운 모빌리티 비전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기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공격적인 투자 전개를 통해 현재 기술 역량 기준으로 타 업체 보다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도 현대차와 기아의 대형 SUV 차량이 정식 출시된다면 전기차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현재 전기차 시장 내 대형 SUV 차종은 포드 F150 외에 전무한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인 대형 SUV의 '전기화'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소비자층도 상당히 넓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기차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울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시장 규모는 약 394만대로 전년(약 228만대) 대비 7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4년 뒤인 2025년에는 약 1126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