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넷플릭스가 지난 2016년 한국에 진출한 지 5년 만에 처음 구독료를 인상했다. 지속적인 한국 콘텐츠 투자를 위한 결정이 주된 목적이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현지 세금 변경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명기한 만큼,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망 사용료 부과법이 도입되기 전에 사전 대응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넷플릭스의 인상된 요금 공지.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넷플릭스는 18일 자사 홈페이지에 스탠다드 요금을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프리미엄 요금을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베이식 요금은 그대로 유지된다. 바뀐 요금제는 이날부터 신규 회원에게 적용되며, 기존 회원에게는 다음 결제일부터 점진적으로 적용된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작품 카탈로그의 양적, 질적 수준을 올리고, '오징어 게임', '지옥'과 같이 뛰어난 한국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2016년 한국 서비스 시작 이후 처음으로 스탠다드와 프리미엄 플랜의 구독료를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인상된 요금도)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저렴하다"고 했다. 1만3500원이 적용되는 스탠다드의 경우 미국에서는 13.99달러(한화 약 1만6494원), 일본에서는 1490엔(한화 약 1만5417원)이며, 1만7000원의 프리미엄은 미국에서 17.99달러(한화 약 2만1210원), 일본에서 1980엔(한화 약 2만488원)이라는 것이다.
요금 변경 이유를 설명하는 넷플릭스 공지.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해외 콘텐츠 사업자의 망 사용료 부과 법안이 통과될 것을 고려해 요금 인상을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 결과에 따라 지게 될 망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온다. 넷플릭스 홈페이지에 설명된 요금 인상의 배경 중 "현지 세금 변경, 인플레이션 등 현지 시장 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멤버십 및 요금 변경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문구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대형 CP의 망 사용료 납부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도 이번 주 중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SK브로드밴드와의 망 사용료 소송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 측은 이번 요금 인상과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은 관계가 없다고 강조한다. 주기적으로 각 국가의 구독료를 조정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달라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구독료 조정을 진행했다는 사실도 재차 언급했다.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도 망 비용과 이용 요금은 관계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가필드 부사장은 "법적인 결과나 네트워크 비용 지급을 구독료와는 별개로 생각하고 있다"며 "저희가 한국에 진출한 지 5년 이상 됐는데 한 번도 가격을 인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어 "요금 인상은 늘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뉴시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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