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선후보 선출 이후 처음으로 국회를 찾아 ‘의회주의’를 강조했다. 자신을 향한 대중의 '검찰주의' 이미지를 불식시킴과 동시에 0선의 미숙한 정치경험을 의회에 대한 존중과 협력을 통해 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당 소속의원들에게도 당 중심의 대선을 강조하며 화합과 통합을 꾀했다.
윤 후보는 8일 당 지도부와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대선후보로서의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이후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에 참석해 정식으로 당 소속의원들과 상견례를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상희·정진석 부의장, 헌정회까지 예방하며 국회에 대해 한껏 예우를 갖추는 모습을 보였다.
윤 후보는 국회 본청이 다소 낯선 듯한 모습이었다. 국민의힘에서 본청 234호에 ‘대통령 후보실’을 따로 마련했는데 윤 후보가 이곳을 찾은 건 처음이다. 경선 과정에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한결 여유를 찾은 표정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보고를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의원들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 중심으로 대선 치러야'…측근 고집할 경우 마찰 불가피
윤 후보는 당 중심의 선거운동을 재차 강조했다. 윤 후보는 "'광흥창팀', '금강팀'이라는 소수정예 체제의 대선 운동이라는 게 결국 집권 후 소수 측근 인사에 의해 유사 독재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는 "이것이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가 되는데 대통령은 권력자가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를 도와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당의 정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일제히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윤 후보가 "당 중심의 국정운영이 돼야 의회주의가 발현된다"고 하자,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며 환호했다.
이는 당 화합을 통한 결집력과 단일대오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자였던 홍준표 후보가 선대위 불참 의사를 분명히 한 데다, 홍 후보를 지지했던 2030 당원들의 탈당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는 등 경선 후유증 조짐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 여기에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총괄 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기존 캠프에 몸 담았던 측근들을 고집할 경우 마찰도 불가피해진다. 이 같은 여건이 윤 후보로 하여금 '당 중심의 대선' 전략을 취하게끔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상희 국회부의장을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윤석열 "입법부 존중하는 대통령 되겠다"…정진석 "늘 국민 속에 있겠다는 뜻"
윤 후보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상희·정진석 부의장을 차례로 예방한 자리에서도 의회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국정 중심이 의회에 가 있을 수 있도록 입법부를 가장 존중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며 "당선되면 꼭 실천할 생각"이라고 하자, 박 의장은 "(저 역시)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의회와 분산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윤 후보는 김상희 부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의정 경험이 많은 의원들이 중심을 잡고 계시는 것이 국회가 국정의 중심이 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다른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봤다. 그는 "대한민국 국회 구성이 대의민주주의를 구성하기에는 밸런스(균형)가 안 맞는다"며 "다선이 많고 청년과 여성이 적다"고 했다.
경선에서 윤 후보를 적극 도왔던 정진석 부의장과는 화기애애한 장면이 연출됐다. 정 부의장은 꽃다발과 '메르켈 리더십'이라는 책을 선물하며 윤 후보와 포옹하기도 했다. 정 부의장은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에게 의회주의를 강조한 것은 늘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고 늘 국민 속에 있겠다는 것"이라며 "아주 동의했다"고 하자, 윤 후보는 "선거과정부터 국민께 보여드릴 것"이라고 했다. 다분히 미리 발언 내용들을 주고받은 모습이 강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예방하고 있다. 사진/뉴싯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를 예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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