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핼러윈데이를 하루 앞둔 30일, 핼러윈파티 성지로 불리는 이태원 일대는 이미 코스튬 인파로 극도의 혼잡한 상태가 이어졌다. 불과 지난달 까지만 해도 거리 곳곳이 텅 비었던 이태원은 핼러윈데이와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과거의 명성을 되찾은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나친 밀접접촉, 노마스크·턱마스크로 인해 코로나19 확산의 위험도 예상된다.
이태원 보행전용거리 진입로는 소독게이트를 통과해야만 입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간에 있는 골목에서 유입되는 인원들을 모두 수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태원으로 몰려드는 인파로 인해 반대방향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거리에 보이는 모든 식당과 술집은 만석이었다. 길거리에 간이 테이블을 추가로 놓고 손님을 받는 곳도 있었다. 영업장 밖으로 수십미터의 대기줄이 형성된 곳도 한 집 건너 한 집이었다. 오후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제한 시간인 오후 10시 이전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아 보였다.
입구에서 대기표를 확인하던 한 펍의 직원이 "지금 줄 서면 오늘 못 들어간다"고 말하자 방문객들은 "뭘 먹으려면 이태원을 빠져나가야겠다"고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 술집에 못 들어가도 이태원의 거리는 핼러윈데이를 즐기는 인파들로 소위 '클럽'을 방불케 했다. 분장을 뽐내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풍경도 흔했다. 영업장에 못 들어가자 편의점에서 산 술을 길에서 마시는 모습도 보였다.
거리 곳곳에는 담배연기도 자욱했다. '노마스크'로 이태원을 활보하는 인파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이날 서울의 저녁 기온이 실제로 10도 내외의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원들의 호흡으로 인해 늦여름, 초가을 날씨 처럼 덥게 느껴졌다.
줄을 서며 걷고, 걷다가 멈춰야하는 정체현상도 반복됐다. 출퇴근 시간대 9호선 급행열차를 탔을 때 마냥 몸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기도 했다. 때문에 이태원역 앞 해밀톤 호텔을 기점으로 클럽 썰스데이파티까지 향하는 이태원 세계음식거리는 원래 도보로 3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10분 이상 걸렸다.
핼러윈 주간인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는 '오징어게임' 코스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진/윤민영 기자
이날 이태원 거리를 장식하는 코스튬은 단연 '오징어게임'이 압도적이었다.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도 오징어게임 코스튬에 동참했다. 인파가 많은 점을 활용해 오징어게임 속 캐릭터인 '관리자' 코스튬을 하고 안경점 등 자영업을 홍보하는 풍경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코스튬 소품을 판매하는 노점상은 어느 때보다 호황이었다. 이태원역 앞에서 가면과 머리띠 등을 파는 한 노점상 상인은 "머리띠고 뭐고 오늘 물건이 다 팔려서 없다. 오징어게임이 제일 인기다"며 "(핼러윈데이 당일은 일요일인 관계로) 오늘이 제일 사람이 많을거다"라고 말했다.
경찰들은 밀려드는 인파로 인해 도로에서 교통 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방역 수칙 점검이나 사건사고에 대비하게 위해 길 위에 상주하고 있기도 했다. 전날 이태원에서 클럽 형태로 운영 중인 일반음식점이 오후 10시가 넘어서도 영업을 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는 모양새였다.
서울시는 핼러윈데이 주간이 끝나는 내달 2일까지 식품정책과·민생사법경찰단, 서울경찰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법무부 등 총 12개 기관과 함께 합동 점검과 단속을 진행할 계획이다. 방역수칙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운영중단, 과태료 등의 행정조치는 물론 필요시 형사고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방역수칙을 위반해 적발된 외국인에게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제 퇴거 등의 조치를 취한다.
30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는 핼러윈데이를 즐기기 위해 코스튬을 한 방문객들로 혼잡을 이뤘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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