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또 다시 러브콜을 보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정치 원로로서 중도 확장성을 이끌 수 있는 데다, 당 대선후보 선출 이후 일어날 잡음을 해소할 적임자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이를 이 대표가 눈여겨 보고 있다는 것.
이 대표는 1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최종 후보가 선출되면 김 전 비대위원장을 영입할 계획에 있냐'는 질문에 "후보가 확정되면 모시러 가야 한다"며 "후보랑 저랑 같이 이제 모시러 가야 하는데, 당연히 걸맞은 예우와 역할을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또 다시 '선거대책위원장' 러브콜을 보냈다. 사진/뉴시스
김 전 비대위원장을 향한 이 대표의 구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 5월에도 "대선 후보가 되는 사람과 긴밀히 상의해서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표 당선 직후에도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대표의 러브콜 배경에는 김 전 비대위원장이 가진 능력과 상징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정치 원로로 판세를 읽는 능력에 정무적 유불리를 파악하는 판단력과 이후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경제민주화의 상징성도 갖고 있어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에 용이하다. 여야를 넘나들며 박근혜·문재인, 두 대통령을 탄생시킨 전력도 있다.
전문가들도 김 전 비대위원장을 선거 사령탑으로 둘 경우 중도층으로의 확장 전략이 가능해져 정권교체에 한층 유리할 것으로 평가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강경보수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광주를 찾아 무릎을 꿇기도 했고, 당내 일부 반대를 무릅쓰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당명 또한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이는 곧 극우에서 합리적 보수, 한 발 더 넓게는 개혁보수로의 이동을 뜻하며, 이를 통해 중도층 표심에 다가설 수 있었다.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이번 대선은 중도 표심을 얼마나 많이 가져가느냐에서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이 결정되는 선거"라며 "그런데 국민의힘 유력 주자인 윤석열, 홍준표 후보 모두 보수 색채가 짙어 중도 확정성 측면에서는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큰데 김 전 비대위원장의 일사불란 체제 하에서는 중도 표심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 전 비대위원장은 모두의 정치 아버지이자 원로"라며 "국민의힘은 현재 야당이기 때문에 정권교체라는 절박함이 있어 김 전 비대위원장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당의 기본소득도 야당 정책으로 물타기를 잘 한다면 지지층의 외연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메시지의 단일화 효과도 기대된다. 신 교수는 "본선에서 민주당의 공세를 막기 위해서는 본선 후보까지도 호통을 쳐가며 국민의힘 메시지를 정제하고 단일화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당의 입장이 중구난방으로 전달되는 것만 잡아도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본선 후보와 함께'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이 대표가 김 전 비대위원장을 선대위원장으로 고집하고 있지만, 내달 선출되는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원치 않을 경우 이 같은 그림은 깨질 수도 있다. 당 안팎에서는 홍준표 후보과 김 전 비대위원장 간 앙금과, 자신보다 위를 용납치 않는 홍 후보의 성정을 들어 "홍준표와 김종인의 결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월19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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