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유력 후보를 향하던 '대장동 의혹'이 국민의힘 쪽으로 급선회하면서 대선 지형까지 흔들리고 있다. 곽상도·원유철 전·현직 국민의힘 의원 직간접 연루에, 최순실 변호를 맡았던 이경재 변호사의 고문 내역, 게다가 곽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수령 사실이 드러나면서 화천대유를 둘러싼 특혜 비리 성격도 '이재명 게이트'에서 '국민의힘 게이트'로 변했다. 국민의힘이 곽 의원 탈당으로 급한 불을 끄고 대열을 재정비했지만 주도권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호기를 맞은 분위기다. 전날 전북 경선에서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국민의힘에 화력을 쏟아 부은 것을 시작으로 27일에는 당 지도부가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빠 찬스로 (화천대유에) 입사해 주어진 일만 하고 50억원을 받은 것이 자기 노력의 대가냐"라면서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대장동 개발이 국민의힘 법조 게이트였다는 게 드러났다"고 성토했다.
수세에 몰렸던 이재명 캠프도 곽 의원을 공직선거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반격에 나섰다. 곽 의원이 아들의 퇴직금 수령 사실을 알고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 후보가 대장동 사업의 명실상부한 주인'이라는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캠프는 "곽 의원의 행위로 볼 때 뇌물 등 범죄 사실에 대한 수사 개시가 충분하다"고 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궁지에 몰렸다. 우선 자당의 정책 노선에 혼선이 빚어지는 것을 감수하며 택한 이 후보에게 흠집을 내겠다는 전략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간 국민의힘은 공급 확대를 위한 민간투자 규제 완화, 이를 통한 부동산시장 완화를 골자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공격했으나, 대장동 의혹에서는 공공이익을 내세워 민간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연출됐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조국 사태에 따른 내로남불을 파고들며 2030 민심을 공략하겠다는 큰 그림도 새로 그려야 할 판이다. 국민의힘은 4·7 재보궐선거 승리와 이준석 대표 취임에 맞물려 강경보수 색을 덜고 개혁성을 강조했다. '이준석 효과'를 누리며 정당 지지율 조사에선 민주당을 추월하기도 했다. 홍준표 후보는 '할 말은 한다'는 이미지로 2030 세대 공략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곽 의원의 아들이 50억원의 퇴직금을 수령했다는 게 드러나면서 '국민의힘도 똑같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이재명 후보 측도 대장동 의혹을 계기로 '개혁 대 적폐'의 구도를 강조하며 본선에서 이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날 여의도 캠프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근형 기획단장은 "민주당의 정당성과 상대의 부당성을 비교하고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부각할 예정"이라며 "그간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를 내세워 부패세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했지만 다시 본질이 드러났고, 과거의 속성을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는 걸 상기시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이 대장동 사업의 축소판이라며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후보에 대한 특별검사를 촉구했다.
27일 오전 국민의힘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가 경기도 성남시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출입을 막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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