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치솟는 주택 가격·가계 부채를 잡기기 위한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상카드가 ‘난공불락’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최소 기준금리가 4~5%로 뛰어야하나 실물경제의 충격파를 고려하면 급격한 금리 인상의 부작용이 더 큰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내의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주상영 위원의 지난달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 발언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많은 금통위원들이 금융 불균형 해소를 이유로 들어 금리 인상을 주장한 가운데, 오직 주 위원만이 기준금리로 주택 가격 및 가계 부채를 잡을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22일 <뉴스토마토>가 주택 시장의 금리 인상 유효성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현재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주 위원의 주장에 가깝게 흘러가고 있다. 한은이 지난 14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주상영 위원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 주장을 펼친 인물이다.
당시 주 위원은 "지난 6~7년간 주택 가격 상승세는 우려할 만한 현상이지만 기준금리의 미세 조정으로 주택 가격의 변동성을 제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통화 정책 본연의 목표는 경기와 물가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것으로서 그 유효성이 역사적으로 입증됐지만, 주택 시장 안정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실질적 요인이라 할 수 있는 주택 시장 안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강하게 드러낸 인물이다. 다른 위원들이 "저금리로 인한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가격 상승 등 금융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주장이었다.
실제 이달 13일 기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0.4%를 기록, 9주 연속 역대 최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표 상으로도 금리 인상 여부와 상관없이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당시 주상영 위원의 의견이 현실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결론적으로 주상영 주장의 의견이 맞다고 본다. 집값을 잡기 위해 집값을 잡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현재 주택 시장 흐름은 금리를 1~2% 정도 올린다고 잡힐 수준이 아니다. 특히 서울의 경우 부동산 투자 시 이자 이상의 수익을 내는데, 금리가 무서워서 부동산 투자에 나서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주택 시장의 상승세는 유동성이 많아서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한다"며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지역의 공급이 부족한 탓이 더 크다. 한은의 금리 인상만으로 집값 안정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최소 기준금리가 4~5% 정도 돼야 가능한 이야기다. 저금리인 상황에 정부가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린다고 해서 집값이 잡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금리를 급격하게 3~4%대로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만큼 외국 자본이 단기간 유입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글로벌 경제 동향을 함께 아우른 상태에서 금리 조절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3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금리 동결을 유일하게 주장한 주상영 위원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주상영 위원이 지난해 4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취임식을 갖고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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