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고평가 논란 속에서도 공모가 대비 2배 이상의 주가까지 올랐던
카카오뱅크(323410)가 다시 7.8% 급락했다. 우정사업본부가 1조원 규모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보유 주식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증권가에서는 현 주가는 시장의 기대가 충분히 반영돼있으므로 차익실현 매물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카카오뱅크는 전일 대비 6900원(7.77%) 내린 8만1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전날 우정사업본부는 수요예측을 통해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 2.9%(1368만383주)를 블록딜로 매각했다. 기관 수요예측 결과 할인율은 전일 종가 기준 9.9% 선에서 거래된 것으로 알려진다. 매각 주관사가 제시한 주당 할인율은 전일 종가(8만8800원) 대비 9.9~13.9%였다.
카카오뱅크는 그간 외국인과 기관의 견조한 매수에 힘입어 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우상향할 수 있었다. 상장 이래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495억원, 5079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코스피200 조기 편입 이슈도 최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초기 투자자였던 우정사업본부가 높은 할인률로 차익을 실현하고 나가면서 그간의 고평가 논란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골드만삭스는 리포트를 통해 카카오뱅크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 프리미엄이 주가에 반영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에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카카오뱅크가 혁신을 주도하고 모기지 등 상품 스펙트럼을 확대해 빠르게 주류로 진입하면서 규모의 경제의 활용할 것"이라며 "카카오 생태계를 활용해 선순환 성장 속에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현 주가는 이미 시장의 기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에 대해 '매수'보다 한단계 낮은 단계인 '시장수익률 상회'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전세계 최대 은행 플랫폼 기업이라는 이유로 상장 초기 낙관적 기대가 반영되면서 높은 프리미엄이 부여되고 있는데, 과도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현 주가는 이미 시장의 기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은 높게 전망하나 투자 관점에서는 높아진 밸류에이션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산정의 피어그룹을 중국의 위뱅크(WeBank)로 잡아 적정 주가를 10만1000원으로 제시한다"면서도 "추격매수보다는 조정시 매수를 권고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 밸류에이션이 유지되려면 플랫폼 이익 규모와 성장 수준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고 내다봤다. 또한 정부의 대출 규제나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 등 정부 규제 영향 역시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상장 초반의 우호적인 수급 환경이 일단락되는 부분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수현 연구원은 "유통 가능 주식이 전체의 29.9% 수준에 불과한 점도 최근 주가 상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6개월 보호예수가 종료되는 지분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에 경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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