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법' 반대 이유 들어보니
찬성 135표·반대 24표·기권 24표 본회의 통과
"수술실 내부 설치 위치 등 시행령 위임해 실익 의문"
2021-09-01 16:43:32 2021-09-01 17:34:56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법안임에도 반대 목소리를 낸 의원들은 수술실 내부의 CCTV 설치 위치, CCTV 관리 등 정작 중요한 문제가 시행령에 위임해 통과한 데다 감시사회의 시작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 본회의를 열어 수술실 내부에 외부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통과시켰다. 19대 국회에서 법안이 처음 제출된 이후 6년 만이다. 
 
의료법 개정안은 재석 183명의 의원 중 찬성 135표(73.8%), 반대 24표(13.1%), 기권 24표(13.1%)로 의결됐다. 국민 찬성 여론이 높았던 법안임에도 48명의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거나 판단을 유보함 셈이다. 
 
이에 대해 복지위 소속으로 법안을 심사한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수술실 CCTV 설치법의 입법 취지는 유령수술, 대리수술 등 범죄행위를 예방하는 것"이라며 "이는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것에 여야 이견이 없었고, 출입자 확인과 신고 의무 규정을 두는 방법으로 해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두 번째 취지가 의료과실 유무를 쉽게 입증하기 위한 것인데 수술실 내부 어디에 설치할지를 정하지 않았다"며 "실익이 없는 수술실 내부 사각지대인 귀퉁이에 설치할지, 수술대 바로 위에 설치할지 등을 시행령에 위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과실을 입증하려면 초고화질 CCTV가 필요한데 이런 본질적인 부분을 복지부가 향후 정하는 시행령에 위임하면서 국회를 통과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제 의사들이 위험한 수술을 안 하려고 할 텐데 위급한 상황에서 소극진료를 할 수밖에 없어 국민 건강 증진에 역행하는 게 가장 염려된다"며 "찬성 여론이 높으니 저도 쉽게 찬성표를 던지면 편하겠지만 역기능이 분명한 법안을 속도만 내서 의결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23년 8월30일부터 시행된다. 이 기간에 복지부가 법을 구체화하는 시행령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복지부에 시행령 의견을 낼 순 있겠지만 국회 손을 떠난 만큼 이제 복지부의 손으로 넘어간 셈이다. 
 
또 법안을 반대한 김웅 의원은 사적인 공간의 CCTV 설치에 우려를 표하면서 향후 CCTV 관리·유출 문제와 감시사회를 이유로 들었다. 개정안은 영상 자료 보관 기간은 최소 30일로 하되 연장에 대한 추가 조항은 시행령에 위임한 상태다. 
 
김 의원은 "예를 들어 국가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이 부당한 청탁을 받았다고 국회의원방에 CCTV를 달아야 하냐"며 "이 논리대로라면 국가 세금이나 지원 받는 모든 기관에 대해 CCTV를 모두 설치해서 일어날 수 있는 불법 행위를 다 잡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계 전체를 잠재적 범죄인 취급하면서 기본권 제한 규정을 두는 것은 매우 봉건적인 낡은 형태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골목길 등 공공기관에 두는 것과 사적인 공간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외부와 공유가 안 되는 수술실 CCTV를 설치하기로 명문화한 것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라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대부분 유출은 개인의 일탈로 인한 다운로드, 수리관리 과정의 실수 등으로 발생하는데 이런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앞으로 문제가 생길 때마다 CCTV 설치 요구는 커질 것이고 결국 실시간 감시사회로 갈 텐데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식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시행령 작업이 남아 있어 갈 길이 먼 셈이다. 앞으로 복지부는 정보 유출 문제나 비용문제를 구체적으로 시행령에 담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나 보호자 요청에도 의료진이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정당한 사유'도 복지부령으로 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을 악법으로 규정하며 헌법소원 등의 법적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인의 인권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까지 예고하고 있다. 의협은 성명을 내고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맞설 것"이라며 법적 투쟁을 경고했다. 
  
1일 국회에 따르면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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