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언론시민단체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5일 본회의 통과를 예고한 언론중재법(언중법) 처리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언론법학회자인 이승선 충남대학교 교수는 5일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긴급토론회'에서 "여론조사 결과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수준이 낮고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해서 언중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민주당의 언중법을 검토한 결과 현행법으로도 언론피해에 대한 처벌이 존재하는 만큼 시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허위사실을 적시해서 명예를 훼손하게 될 경우 명예훼손죄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특히 언론의 허위사실 적시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 형법 제307조 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형법 309조 2항에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명예훼손을 일으킬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다고 명시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있음에도 언론의 허위·조작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경우 언론이 스스로 보도를 통제하면서 권력 감시 기능이 현저히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민주당의 언중법이 통과되면 최순실 보도 등은 없었을 것"이라며 "그때 시점에서 보면 최순실 보도는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이 법원의 1·2·3심이 각각 다를 수 있는 상황에서 정치인·기업가 등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위축시키고자 소송을 남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언중법에 포털 역시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손지원변호사는 "포털을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압박하면 포털은 (손해배상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소송이 제기된 기사를 유통 단계에서 잘라버릴 위험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라 판단하면 일단 소송을 제기해 해당 기사를 포털에서 감추면서 언론의 권력 감시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황 교수는 허위사실이 중과실의 요건이 될 수는 없다고도 지적했다. 어떤 보도든 진위가 바뀔 가능성은 항상 내포돼 있는 언론 보도의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날 민주당의 법안 처리 과정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이번 법안은 계속해서 새로 추가되는 내용이 있고, 법안도 바뀌는데 여야 간의 제대로된 공유조차 없었다"라며 "새로운 법안이니, 새롭게 논의를 해야 하는데 민주당에선는 벌써 3~4번은 논의했다고 하더라"며 황당해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의 책임을 누구보다 고민하고 채찍 들어주시면 무겁게 듣고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며 "그와 별개로 권력자가 불편하다고 나쁜 보도, 가짜뉴스로 취급되고 집단 공격되는 언론 소비 행태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은 민주당을 향해 "법안 처리를 중단하고 공론의장에서 원점 재검토를 부탁한다"라고 밝혔다.
언론시민단체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5일 본회의 통과를 예고한 언론중재법(언중법) 처리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사진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쟁점과 해법' 긴급토론회가 열린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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