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광화문광장에 위치한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두고 서울시와 유가족이 수일간 대치한 가운데 서울시의회의 적극적인 중재로 상황이 일단락됐다는 평가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천막과 분향소를 거쳐 2019년 4월부터 2개의 전시실과 시민참여공간, 진실마중대 등으로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기억공간 철거가 불가피해지자 지난 5일 유족 측에 철거를 통보하고 사진과 물품 등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서울시 측이 기억공간 내 기록물 이관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서울시와 유가족 측이 4일간 대치했다.
서울시 측은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이미 철거가 결정된 사안이라며 철거의 당위성을 주장했고, 유가족 측은 이전공간 마련과 오세훈 시장 면담을 요구해 양 측의 주장은 폭염 속에서 별다른 소득 없이 수일을 보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26일 오후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을 방문해 유가족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와 유가족 간의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의회가 중재자로서 노력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했다.
추가 논의를 거쳐 서울시의회는 시의회 1층 전시공간에 2주간 임시적으로 세월호 기억공간에 있던 사진 등을 전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희생자의 꽃누르미 사진과 기억 공간 내 전시물은 27일부터 시의회 1층으로 이동해 현재 전시 중이다.
현재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유가족 협의회의 정리된 의견을 바탕으로 세월호의 희생과 유가족의 아픔을 기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최선 서울시의회 대변인은 “서울시의회는 세월호 유가족의 지워지지 않는 깊은 아픔과 슬픔에 적극 공감하며, 유가족의 서울시의회 전시공간 사용승인 요청을 허용했다.”며 “나아가,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뼈아픈 기억이며 모든 국민의 보편적인 슬픔”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살인적인 폭염 속에 대치가 길어지면 세월호 유가족이나 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수행 중인 서울시 공무원, 대치를 지켜보는 시민까지 모두에게 힘들고 안 좋은 기억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한 순간에 자녀를 잃은 세월호 유가족의 여전한 슬픔에 절실히 공감하며, 기억공간 전시물을 의회 내부에 임시 전시해 현재 상황의 중재 역할을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27일 서울시의회 로비로 세월호 기억공간 물품들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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