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세월호 유족들이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을 해체하고 전시물 등을 서울시의회로 옮겼다. 새 광화문 광장 조성 공사 진행을 위해 만 7년만에 해체하게 된 것이다.
세월호 유족단체 4·16 세월호 참사가족협의회는 27일 오전 기억공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물 내부 작품과 기록물들은 정리를 마치는 대로 서울시의회 1층 전시관으로 임시보관을 위해 이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단원고 2학년 유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 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내부에 작품들이나 기록물들을 정리한 후에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기억공간 건물 해체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기억공간은 시민들의 정성을 모아 만든 건물이고, 작품이기에 무단으로 부수고 폐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이 27일 '세월호 기억공간' 해체를 위해 전시물들을 이동하고 있다. 사진/표진수기자
유족들은 서울시의 일방적인 철거 통보를 해온 서울시에 유감을 표하면서,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끝난 후 광장에 재존치될 것을 요구했다.
김종기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서울시는 대안에 대한 어떤 고민도 하지 않고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시민들의 열린 소통의 공간이 왜 임기 1년의 서울시장에게서 지워져야 하는지 그 부분을 따져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유족들은 시민들과 서로 소통하는 열린 공간인 기억공간은 분명히 공사가 끝난 후에 재존치돼야 하고 운영 방식에 대한 협의체 구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일관되게 요구해 왔다"면서 "조성공사가 끝난 후 기억의 역사, 민주주의의 역사를 어떻게 다시 오롯이 광장에 담아낼지 고민해주길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유족들은 기억공간 내부 물품을 직접 포장하며, 단체 차량을 이용해 서울시의회 1층 전시관으로 직접 이동한 후 임시 전시 형태로 옮겨 보관하고 있다.
현재 세월호 유가족들은 향후 재조성되는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관련 기념물을 세우길 원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의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도 만나 이 같은 방안을 협의한다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기자회견에서 유족들이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도 세월호 유가족 기억공간 해체와 관련된 입장문을 배포했다. 광화문 광장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족들의 의견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유가족 협의회의 정리된 의견으로 제안해 주시면 광화문 광장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월호의 희생과 유가족의 아픔을 기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세월호 기억 및 안전 전시 공간 자진해체의 뜻을 밝히고,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를 위한 서울시정에 협조해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유가족의 결정은 세월호 기억 및 안전 전시 공간의 '존치'나 '철거 후 재설치'보다는 '광화문 광장의 온전한 기능 회복'을 원하는 서울시민 다수의 확인된 의견에 부합하는 지혜로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세월호 기억 및 안전전시공간은 지난 2019년 4월 개관됐다. 조성 당시 2019년 말까지 한시적 존치하기로 했으나 2020년과 2021년 연장됐다.
그러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에 따라 서울시는 이달 초 26일까지 기억공간을 철거해 줄 것을 유족 측에 통보했다. 그러자 유족 측의 반대로 줄곧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이후 서울시의회가 기억공간을 시의회로 임시 이전하는 중재안을 내 결국 유족측은 해당 안을 따르기로 했다.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사진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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