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과 교직원 대상으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된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민체육센터에서 설치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주사기로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높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기록한 이스라엘에서 하루 1000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시간이 지나면서 항체가가 떨어진 영향이라는 전문가 해석이 나온다. 적절한 방역 조치가 동반되지 않은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19일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최근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를 돌파한 이스라엘 사례에 대해 백신 접종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항체가가 떨어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준 이스라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55명 증가했다. 이튿날 현지 당국이 집계한 신규 확진자는 1118명으로 약 4개월 만에 세자릿수 확진자를 기록했다.
이스라엘은 전 국민의 약 56%가 화이자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질수록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자 이스라엘 정부는 실내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방역 조치를 완화하기도 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영향으로 확진자가 증가하자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내각회의에서 "화이자 백신 예방효과가 보건당국의 기대치에 비해 무척 약하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백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보건부가 발표한 데이터도 베네트 총리 발언과 일치한다. 이스라엘 보건부 데이터를 보면, 화이자 백신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에는 94%의 예방효과를 보였지만, 델타 변이 확산 이후에는 64%로 떨어졌다. 실제로 최근 이스라엘 신규 확진자 중 절반은 돌파감염으로 분류됐다.
마 부회장은 백신 접종 당시에는 항체가가 높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떨어지는데, 이스라엘 신규 확진자 증가도 이 같은 영향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 사례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백신 접종으로부터 시간이 흘러 항체가가 떨어지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라며 "이스라엘 당국이 밝힌 델타 예방효과는 백신 접정한 이후 어느 시점에서 조사했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에 치중한 나머지 적절한 방역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확산세가 거세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률이 높은 상황에서 방역 단계를 대폭 낮춘 영향으로 보인다"라며 "백신을 맞아도 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을 유지하면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선 19일 0시 기준 전체 인구 대비 31.4%가 1차 접종을 마쳤다. 2차 접종 완료자는 656만5472명으로 전체의 12.8%다. 이 중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자는 533만920명이다. 85.1%에 해당하는 453만9060명이 1차 접종을 마쳤으며 69.6%인 370만8491명이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오늘부터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과 교직원 대상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이 시작된다. 대상자는 총 65만명이다. 이들에 대한 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향후 화이자 백신 접종률은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스라엘 사례를 참고해 향후 적용할 방역조치를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은 공통적으로 나온다.
마 부회장은 "3월에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9~10월에도 괜찮을지 지켜봐야 한다"라며 " 중환자와 사망자 발생률을 토대로 방역 단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영국이나 이스라엘을 보면 백신 접종을 열심히 하더라도 방역 단계를 갑자기 완화하면 어떤 위험성이 따르는지 알 수 있다"라며 "지역사회 환자 발생 추이나 역학적인 상황을 지켜본 뒤 방역 수위 조정을 결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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