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심수진·이보라·홍연 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흐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움직임이 두드러져 눈길을 끈다. 비대면 시대 총아로 떠오른 이커머스, 배달앱 업계는 물론 인테리어 활황으로 수혜를 본 가구업종에서도 M&A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코로나19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이커머스 시장을 보면 이베이코리아와 인터파크의 사례가 눈에 띈다. 이커머스 시장이 빅3 위주로 재편됨에 따라 더 늦기 전 출혈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 M&A에 나서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모습이다.
이베이는 지난 1월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선정하고 이베이코리아 지분 매각 작업을 시작했으며, 지난달 24일
신세계(004170)그룹(이마트)과 지분 매매에 관한 주요 계약 조건에 합의했다.
이후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는 지난달 24일 이베이가 보유 중인 한국 법인 지분 80.01%를 3조4404억원에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신세계는 국내 이커머스 선두 업체로 부상하게 됐다.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쇼핑몰 SSG닷컴과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3위 기업인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을 합치면 약 24조원 규모다. 여기에
이마트(139480)와 신세계백화점 등 27조에 이르는 오프라인 매출을 합하면 연간 거래 규모가 50조원을 넘어선다. 앞서 정용진 부회장은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면서 이베이 인수에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마트는 50조원에 이르는 이마트와 이베이코리아의 거래대금을 기반으로 대규모 물류 투자를 통해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과 경쟁력 향상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최첨단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SSG닷컴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을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에 집중 투자하고, 신세계의 오프라인 거점을 온라인 물류 전진기지로 활용해 물류 경쟁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국내 1세대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108790)도 M&A 매물로 나왔다. 인터파크는 최대주주인 이기형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자 지분 28.41% 매각을 위해 최근 NH투자증권을 자문사로 선임했다. 인터파크는 지난 데이콤의 사내벤처육성프로그램을 통해 1996년 국내 최초로 인터넷 쇼핑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1997년에는 데이콤의 자회사 '데이콤 인터파크'로 독립했고, 1999년 현재의 인터파크로 사명을 바꿨다.
인터파크 주요 매출은 공연·티켓 판매와 여행상품 예약에서 나온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며 사세를 키웠으나, 옥션과 11번가 등 후발 주자들이 시장에 나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2008년 자회사 G마켓을 이베이코리아에 매각했다. 그럼에도 인터파크의 공연·티켓 예매분야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인터파크의 매각가를 160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이기형 대표 및 특수관계자 지분 28.41%의 가치는 약 1300억원(12일 기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지면 1500억~1700억원 선에서 매각가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인터파크의 캐시카우 자회사인 기업 소모품 전문회사
아이마켓코리아(122900)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인수 후보군으로는 카카오, 네이버 등 인터파크의 공연·티켓예매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과 사모펀드(PEF)운용사 거론되고 있다. 이 밖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참여했던 롯데도 이커머스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 이베이코리아 본사. 사진/뉴시스
코로나19의 또 다른 수혜 업종인 배달앱 시장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위 사업자인 요기요가 매물로 등장한 것이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4조원대에 인수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요기요가 M&A 시장에 처음 등장했을 때만해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요기요의 몸값은 2조원대로 평가받았고 지난 5월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신세계, 야놀자 등 굵직한 전략적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다만 신세계의 이베이 인수 결정을 전후로 기류가 달라졌다. 본입찰 마감 시한을 2주가량 연장햇음에도 유력 인수후보였던 신세계가 이탈을 했고 뒤늦게 참전이 예상됐던 롯데그룹도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미미했던 쿠팡이츠가 단건배달을 앞세워 급격히 사세를 확장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DH는 매각 시한인 8월2일 내에 대금 납입 등의 절차를 마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공정위에 5개월 연장을 요청했다. 현재 DH는 MBK파트너스, 어피너티에쿼티, 퍼미라, 베인캐피털 등 사모펀드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 가격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 등에 따르면 한 때 2조원을 상회했던 요기요의 몸값은 5000억~7000억원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M&A 흐름에 가구업계 1위인
한샘(009240)도 동참했다. 한샘은 14일 매각설과 관련한 거래소 조회공시 답변에서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보유주식 및 경영권 양도와 관련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샘의 매각 추진에 대해 업계에선 우선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을 이을 후계자가 부재한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은 평소 "회사를 제대로 이끌 만한 인물이 아니면 자식들이라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더 결정적인 배경으로는 코로나19 사태 속 인테리어 및 가구 수요 증가의 수혜를 한샘이 제대로 누리며 몸값이 올라갔다는 점이 꼽힌다. 2017년부터 지지부진하던 실적은 지난해 2조원을 넘기며 최고치를 찍었다.
이같은 분위기 속 한샘은 지금이 기업가치 산정의 적기라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IMM PE가 자사주(26.7%)까지 감안해 한샘의 희망가격에 맞춰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샘은 2년반 전에도 칼라일, MBK파트너스, CJ 등과 매각 논의를 진행했지만 가격 눈높이가 달라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샘 측에서 제시한 금액은 주당 약 20만원 수준이었다.
이같은 M&A 흐름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각 기업들의 포지셔닝 변화와 함께 업계 지형도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각 기업의 매매가격이 어느 수준에서 이뤄지느냐에 따라 소위 '윈윈'도, '승자의 저주'도 가능한 상황이다.
기업분석 전문가인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최근의 M&A 시장 활황은 국내 자본 시장이 발달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향후 이 같은 흐름이 더 커지거나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M&A 대어를 인수했다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대체로 PEF를 거치면 체질 개선을 우선하기 때문에 리스크도 많이 줄어드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요기요플러스 매장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사진/뉴시스
김진양·심수진·이보라·홍연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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