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설명회에서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연내'로 못 박아서 예고한 것이다.
이 총재의 방침에는 금융불균형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실려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코로나19 전염병 사태가 일어나자 금리를 너무 내린 결과 자산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급증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0%로 인하했다. 그러나 금융불균형 이외에 과연 무슨 효과가 있었는지 알기 어렵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신용경색이었다. 일부 금융사와 대기업 등의 재무상태가 몹시 불량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자력으로는 회사채나 기업어음 발행이 어려워졌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우 채무상환 불능은 물론이고 아예 몰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컸다. 대기업과 금융사의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한국은행 산업은행 한국은행 등과 함께 회사채와 기업어음 매입에 나서는 등 다양한 정책을 동원했다. 일부 대기업은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한 자영업자들도 정부의 각종 신용보강 조치와 대출금 상환유예, 재난지원금 등을 통해 간신히 버텼다. 환율상승 등 대외적인 금융불안 조짐에 대해서는 미국 등 외국 중앙은행과의 통화교환협정을 통해 불을 껐다.
결국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 문제를 해결한 것은 정부와 통화당국의 신속한 조치에 의한 것이었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런 위기국면을 타개하는 노하우를 터득해둔 덕분에 이번에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했다.
반면 금리인하는 신용경색을 야기한 기업과 금융사에 큰 도움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기업들은 금융시장 접근 자체가 허용되지 않았다. 때문에 금리인하에 따른 약간의 금융비용 절감은 별 의미 없는 일이다. 초저금리로 인한 부작용도 심각했다. 이주열 총재가 밝혔듯이, 부동산 가격급등과 가계부채의 급증 등 금융불균형이 더욱 심화됐다. 가계부채는 올 1분기에 1765조원에 이르러 명목 국민총생산(GDP)를 웃돌게 됐다. 이제는 이런 부작용을 치유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정부의 재정확장으로 인한 부작용도 억제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 지급을 목적으로 추가경정예산을 짜고 있다. 올해의 추경예산 규모는 3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린다면 풀려난 돈을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으로 흡수해야 한다. 그래야 재정지출을 통한 정책목표를 달성하면서도 통화가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이미 통화량은 3400조원에 육박하는 등 사상최대규모로 부풀었다. 이는 결국 통화가치 안정을 위협하고 물가안정에도 역행한다. 그러니 지금은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이 들어갈 때다.
가장 나쁜 사태는 재정지출도 늘어나고 저금리로 돈을 장기간 대책없이 푸는 것이다. 당장은 쉬운 길이지만 길게 끌면 반드시 역효과를 초래한다. '인플레의 여신'에게 초대장을 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늘날 만성적인 인플레를 겪는 몇몇 나라처럼 말이다.
경제상황에 따라 간혹 이런 식으로 방만하게 운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잠시에 그쳐야 한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균형이 필요한 법이다. 잠시 불균형이 발생했을 때 이를 오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가능한 한 신속하게 불귱형을 해소해야 한다. 그래야만 인플레의 여신이 발붙이지 못한다.
한국은행이 금리정책 신호를 미리 주는 것도 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니 바람직하다. 한국은행이 언제 금리인상을 결행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경제상황과 금융시장의 흐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렇지만 신호를 주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이주열 총재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고 해서 꼭 인상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경제상황이 바뀌면 방침도 바뀔 수 있다. 어떤 경우든 한은이 독단적으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시장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움직여야 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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