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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산정을 두고 벌인 소송에서 넷플릭스가 패소했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의 국내 진출 속도가 가시화한 가운데 나온 결론으로,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국내 통신사의 협상력도 올라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0부는 최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의 소'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망 이용대가를 낼 필요 없다는 넷플릭스 주장에 기각을 판결했고, 협상 의무 부존재 주장에 각하를 결정했다. 사실상 SK브로드밴드의 승소로, 망 사용료 의무를 확인받았다. 재판부는 "원고(넷플릭스)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협상의무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계약 자유의 원칙상 계약을 체결할지 말지, 어떤 대가를 지급할지는 당사자 계약에 의해야 하고 법원이 나서서 체결하라 마라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4월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대가 협상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 재정 중에 트래픽 관련 망 이용대가 등의 의무가 없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판결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인터넷 환경을 둘러싼 갈등으로 관심을 모았다. 특히 국내에서 영토를 넓혀가는 글로벌 사업자와 비교해 국내 CP의 역차별 문제가 대두되며, 글로벌 사업자의 망 '무임승차'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국내 CP의 경우 통신사와 협상을 통해 매년 수백억원의 망 비용대가를 지급하지만, 글로벌 사업자는 그 비용이 미미한 수준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총 트래픽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자는 △구글LLC(25.9%)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페이스북(3.2%) △네이버(1.8%) △카카오(1.4%) △콘텐츠웨이브(1.18%) 등 6곳으로, 글로벌 CP 3사가 사실상 국내 트래픽을 쓸어 담았다.
국내 넷플릭스 연간 결제액 추이. 사진/와이즈앱
글로벌 CP의 국내 진출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국내 ISP의 망 이용대가 협상력이 올라갈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판결에서 망 이용대가 의무에 대해 확인을 받은 만큼 다양한 글로벌 CP와 국내 ISP간 합의 내용 등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ISP와 CP의 역할을 정립한 국내외 첫 사례인 만큼 향후 사업자의 협상에도 주요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다양한 글로벌 OTT 사업자들이 국내 진출을 준비하며 통신사와의 계약 협상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넷플릭스는 이번 판결에 사실상 불복의 뜻을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공동의 소비자를 위해 ISP는 '원활한 인터넷 접속 제공', CP는 '양질의 콘텐츠 제작'이라는 각자의 역할과 소임이 있다"며 "ISP가 콘텐츠 전송을 위해 이미 인터넷 접속료를 지급하는 이용자 이외에 CP에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역할과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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