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중국의 '대만침공' 가능할까
2021-06-25 06:00:00 2021-06-25 06:00:00
중국의 대만침공은 소설 같은 시나리오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가까운 미래에 불쑥 일어날 수도 있는 가상의 시나리오일까. 최근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는 중국의 세계평화 위협론을 정면으로 제기하면서 중국에 대한 강경성명을 발표했다. G7 정상과 한국 등 초청국들이 만장일치로 서명한 대중성명은 근래 보기 드물게 중국 정부의 홍콩 민주화운동 탄압을 규탄하고 신장 위구르 자치구 주민들의 인권 존중, 대만해협에 대한 자유로운 통행, 양안관계 안정 등을 거론하면서 중국을 비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유출 여부에 대해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문제 역시 아직 터지지 않은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의 대만침공론은 중국의 외교기조인 '하나의 중국'과 직결된 현안이다. 중국과 대만은 대만해협을 마주 보고 대치 중이다. 양안관계는 지난해 대만독립을 전면에 내세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재선에 성공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구도가 현실화하면서 점점 악화되고 있다.
 
미국은 1979년 대만과 단교한 이래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 대만과 비공식적 교류협력의 문호만 열어두고 있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 미중갈등이 격화되면서 대만에 대한 여러 제재가 해제됐고 고위급 인사의 미국 방문을 허용하는 등 중국을 자극하면서 대만문제를 지렛대로 활용했다.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단교 이후 최고의 밀월기에 접어들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기업인 TSMC가 대만에 있는 것도 미국과 중국, 대만 등 3국 역학관계 변화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TSMC의 반도체 공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중국의 대만침공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가 구체화된 것은 시 주석의 장기집권 시나리오와 중국 통일문제가 직접적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오는 7월1일 중국공산당은 창당 100주년을 맞이한다. 중국공산당의 최고지도자인 시 주석은 '2035년 중화굴기'를 미래의 목표로 제시하고 나섰다. 중국이 2035년엔 하나의 중국을 달성, 경제력은 물론 군사력으로도 미국을 제친 최강국으로 등극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진핑의 입장에선 마오쩌둥에 이은 최고지도자로서의 명분을 줄 최적의 카드가 대만침공과 통일을 통한 '하나의 중국'을 완결하는 것이다. 결국 그 시기는 2035 굴기가 진행되는 10년 이내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만의 독립을 지향하는 차이잉원 총통 재선 이후 중국 군용기가 대만해협을 침범하는 등 군사적 위협수위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대만과 미국의 관계도 격상됐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면서 중국과 군사적 충돌을 불사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침공에 대비한 대응 시나리오도 최고조로 짜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실제 노림수다. 대만침공이 현실화될 것처럼 군사적 긴장도가 높아지면 대만 정치권이 혼돈에 빠지거나 대만 국민들의 위기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대만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실제로도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이미 대만은 1958년 중국과의 금문도 포격사태를 겪은 바 있다. 때문에 대만도 상륙작전을 통한 전면침공이든, 대만해협 봉쇄를 통한 위협이든, 미사일이나 전투기를 통한 공격이든 간에 중국의 침공에 대비한 다양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미국의 지원여부도 중국의 침공을 주저하게 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려면 대만군의 3배 이상 병력으로 전면전을 벌이기보다는 국지전으로 방어태세를 무너뜨리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만을 직접 공격하는 것처럼 하다가 대만이 관할하는 둥샤군도와 타이핑섬을 일시에 장악해 대만의 독립의지를 꺾고 내부방어선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즉각적 개입이나 대만군의 추후반격이 있더라도 충분히 승산 있는 국지전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물론 중국의 국지전 전략이든 전면전이든 대만침공은 미국과의 전면전을 불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 주석은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 때문에 대만침공의 본질은 대만과 미국이 아니라 중국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당장 '후계구도 없는' 시 주석의 장기집권 시도에 대한 중국 지도부 내의 반발과 중국 인민의 부정적인 인식부터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의 대만침공론 역시 권력구도 변화에 대한 중국 내부 불만을 무마하고 미중갈등 국면을 감추기 위한 위장카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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