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인 증권부장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조기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등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을 드러내 시장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3월 오는 2024년까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는데 이번에는 2023년에 두 차례나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원자재 가격은 주춤하고 있지만 원유 가격은 뛰고 있어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15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24달러(1.8%) 오른 배럴당 72.12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2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 역시 중앙은행의 목표치를 넘어섰다. 미국 노동부는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6%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1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다. 또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5% 올라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하면서 인플레이션 증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거나 예상이 된다는 것은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증시가 활황으로 가기 위해선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지난주 코스피는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재 시장은 뚜렷한 주도주가 없는 어려운 장세다. 지수는 크게 빠지지 않고 종목별로 순환매가 돌아가고 있지만 개인들의 계좌 수익률은 작년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에서 4개 대형 증권사가 제공한 개인투자자 20만4004명의 지난해 3~10월 상장주식 거래내역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은 18.4%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기존 투자자와 신규 투자자의 수익률은 각각 18.8%, 5.9%로 신규 투자자의 투자 성과가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들의 적중률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원래 경기 회복으로 소비가 늘어나면서 물가가 상승하게 되고 기업들도 생산을 늘려 투자도 늘어나면서 경기 호황과 주가 상승으로 시장이 전반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그러나 지금의 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이 뒤섞여 주가 예측이 만만치 않다. 통상적으로 가치주가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의 등을 타고 달리는 반면 성장주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고 통화 당국의 금리상승 압력이 줄어야 상승한다.
문제는 경제 대국 미국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논의를 언급하는 등 글로벌 국가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화 당국이 경기 신호에 선제 대응을 하는 것처럼 주식시장 역시 실물경기를 선반영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경기회복 여지가 아직 많이 남아 있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기우일 수도 있다. 경기는 사이클을 타기 때문에 영원한 우상향은 있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위험과 안전의 균형적인 자산 배분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현금비중 확대, 주식과 펀드 분산 투자, 금·채권 투자 등 자산 배분으로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의 증시는 지난해 코로나 정국 속의 장세와 다를 수밖에 없다. 유동성 장세에 이룬 수익을 지키기 위해선 다른 형국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뤄온 수익 거품을 지키기 위해선 투자 전략을 기본부터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고재인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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