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011200)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매각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식 전환 후 산은과 해양진흥공사 등이 보유한 지분율이 40% 가까이 오르면서 경영권을 매각하기 적합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오는 30일 만기를 맞는 HMM CB 3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전환사채는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채권을 말한다. 이에 따라 산은은 이자(만기이자율 3%)를 붙여 자금을 회수하거나, 발행 금액만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주식으로 전환 시 주당 5000원, 총 6000만주의 HMM 주식을 보유할 수 있으며 주식을 매도하면 전날 종가 기준 약 2조5000억원에 이르는 차익이 기대된다.
다만 6000만주나 되는 주식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면 주가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책은행인 산은은 일단 이를 보유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후 인수 기업을 찾아 지분을 통으로 넘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산은과 해양진흥공사(4.04%), 신용보증기금(7.11%)의 지분율 합은 23% 수준이다. 하지만 산은이 CB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하면 합산 지분율은 37%까지 오른다. 이에 따라 인수 기업은 이들이 보유한 지분만 매입해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어 매각 환경은 갖췄다는 평가다.
HMM 몸값 또한 크게 오르면서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해상운임이 계속해서 고공행진 하면서 HMM의 경영 상황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이 보유한 HMM CB를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매각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HMM
HMM의 주력인 컨테이너선 운임은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주요 15개 항로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주 3703.93을 기록하며 전주보다 90.86 올랐다. 이는 최근 5주 연속 최고가 경신 기록이기도 하다.
해상운임이 오르면서 HMM의 실적도 활짝 웃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후 올 1분기에도 1조19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창립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2분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가 전년 동기 대비 641.78% 증가한 1조289억원의 영업이익이 기대된다. 이어 올해까진 조 단위 영업이익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기 했지만 인수 기업의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HMM은 30년 만기 영구채 규모만 2조6800억원, 이자율만 최대 10%에 달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오르는 해상운임 또한 코로나19 영향이라, 백신이 보급되면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컨테이너선사들이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선박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점도 변수다. 시황이 정상화하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산은은 민영화에 대해선 아직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매각 관련해서 결정된 사항이나 접촉한 기업은 없다"며 "다만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양한 검토 요인을 고려해 가면서 국가기간산업을 어떻게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안착시킬까 하는 관점에서 관계 부처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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