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당 가와사키병 발생률(A)과 정맥 내 면역 글로불린 내성 가와사키병(B). 그래프/세브란스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생활방역으로 가와사키병 발생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안종균·강지만 세브란스병원 소아감염면역과 교수와 정재훈 길병원 교수, 김영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박사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인한 생활방역으로 가와사키병이 이전에 비해 40% 줄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 구결과는 심장학 분야 최고 학술지 '순환(Circula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가와사키병은 주로 5세 이하의 영유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급성 열성 혈관염이다. 5일 이상 계속되는 발열과 함께 경부임파선 종창이나 손발의 홍반과 부종, 다양한 피부 발진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약 20%에서 관상 동맥에 합병증이 발생하고, 심각한 경우 심근 경색증 및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소아의 후천성 심장병의 주된 원인이 된다.
아직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학적 요인이 있는 소아가 병원체에 감염되면 과민반응이나 비정상적인 면역학적 반응을 일으켜 가와사키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생활방역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마스크 착용과 손위생, 사회적 거리두기, 검역 격리, 온라인 수업, 모임이나 여행 금지 등 비약물적 중재(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 NPI)로 환자 증가 속도를 낮추고, 환자 수를 줄여 질병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안종균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발표한 코로나19로 인한 NPI가 호흡기 감염을 비롯해 감염병 질환을 감소시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NPI가 가와사키병의 발병에 미친 영향을 후속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010년 1월~2020년 9월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0~19세까지 가와사키병 진단을 받은 5만3424건의 발생 현황을 코로나19 확산 전후(2010년 1월~2020년 1월, 2020년 2월~9월)로 나눠 분석했다.
연구 결과 NPI 기간 동안 가와사키병 발생률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60% 수준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 가와사키병은 10만명당 31.5건 발생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는 10만명당 18.8건이 보고됐다.
특히 가와사키병의 호발연령인 0~4세와 5~9세 그룹 모두에서 유의하게 줄어들었다. 0~4세 그룹은 NPI 이전 10만명당 123.0건에서 NPI 이후 10만명당 80.0건 조사됐다. 5~9세 그룹은 NPI 이전 10만명당 23.8건에서 NPI 이후 10만명당 10.6건으로 감소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와사키병 발생의 계절성 양상도 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가와사키병은 겨울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늦봄과 여름에도 자주 발병한다. 이러한 계절성은 가와사키병 유병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을 포함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도 보이는 현상이다.
그동안 계절에 따른 가와사키병의 발생 현상을 대류권 상층부의 바람을 타고 대양을 건너 전달된 감염성 물질이나 바람을 타고 전달된 오염물질, 불활성 입자도 원인일 수 있다는 가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 그동안의 가와사키병 발생 패턴과는 다르게 계절과 상관없이 줄어들어 대류권 바람 패턴으로 인한 가설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종균 교수는 "다양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생활방역 이후 가와사키병의 발병률이 감소했다"라며 "이러한 결과는 아직까지 원인을 모르는 가와사키병의 병인에 대하여 환경적인 유발 인자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 큰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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