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자동차업계에 구독 바람이 불고 있다. 차량에 대한 개념이 '소유'에서 '경험'과 '사용'으로 넘어가고 있어서다. 직접 소유할 때보다 관리가 수월하다는 점도 구독서비스의 매력이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차량 관리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구독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구독 서비스를 하고 있는 가운데 르노삼성도 합류했다.
르노삼성의 구독 서비스 '모빌라이즈' 사진/르노삼성
르노삼성은 전속할부금융사인 르노캐피탈을 통해 자동차 구독 서비스인 '모빌라이즈'를 다음달부터 시작한다. 모빌라이즈는 XM3, SM6, QM6와 르노 조에 중 1개 모델을 월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 단독형 상품과 2가지 모델을 이용할 수 있는 교체형 상품으로 구성됐다. 교체형 상품은 XM3, SM6, QM6 중 선택할 수 있으며 구독료는 부가세 포함 월 70만∼80만원대다.
차량은 다음달 출고되는 신차로 제공되며 7월부터는 르노 마스터 기반 캠핑카를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추가될 예정이다.
지난 2019년 구독 서비스 '현대셀렉션'을 선보인 현대차는 꾸준히 차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 세단부터 베뉴, 투싼, 팰리세이드까지 총망라하고 있다. 최근에는 싼타페 캘리그래피도 서비스 목록에 추가됐다.
기아는 지난해 말 차량 구독 서비스 '기아플렉스'를 리뉴얼하면서 K9, 구형 스팅어, 모하비, 니로 전기차, 쏘울 전기차 외에 4세대 신형 카니발, 쏘렌토 하이브리드, 스팅어의 부분변경 모델인 스팅어 마이스터 등 3개 차종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또 서울 지역에서만 운영되던 기아플렉스 서비스를 부산까지 확대했다. 추후 수요에 따라 차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제네시스도 마찬가지다. 제네시스는 지난 2월 구독 서비스 '제네시스 스펙트럼'의 사용 모델과 가격대를 다양화했다. 기존 차량 교체 프로그램에 더해 비교적 저렴한 단일 차종 구독 프로그램을 신규 도입하면서 다양한 고객층을 공략하고 나섰다.
구독 서비스는 장기렌트나 리스상품과 달리 운행거리(마일리지) 제한이 없어 부담 없이 이용 가능하다. 월 단위 렌트 프로그램이 중도 해지 수수료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여기에 추가로 발생하는 유지관리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점은 고객 부담을 더욱 낮춰준다. 구독 서비스 이용기간 동안 따로 정비나 소모품 관리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며 보험료 및 자동차세 등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일수록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비율이 낮고 자동차를 이동수단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런 흐름과 함께 차량을 직접 사서 소유하는 것보다 여러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 구독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완성차 업계가 구독 서비스 확대는 수입차 업체의 온라인 판매 활성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조의 반대에 밀려 온라인 판매가 쉽지 않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구독 서비스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벤츠, BMW, 볼보 등 수입차업체들이 온라인 판매 채널을 지속적으로 개설하고 있는데 국내업체들은 영업직 직원들의 반발 때문에 온라인 판매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업체들의 온라인 판매 시장 진입이 가능해질 때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새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에 구독 서비스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최근 EV6 사전계약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려다 노조 반대로 무산되는 등 현대차, 기아 등은 노조 등의 반발에 막혀 온라인 판매 전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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