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디지털 성범죄 가해 청소년 10명 중 9명은 디지털 성범죄를 재미나 장난, 호기심, 혹은 타인을 쉽게 따라하는 등 심각한 범죄로 생각하지 못하고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의 재발방지를 위해 전국 최초로 가해자 재발방지 상담사례를 분석해 26일 발표했다.
서울시는 2019년 9월부터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가해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재발방지를 지원하기 위해 디지털 성폭력 가해자 상담사업을 시작했다.
학교에 재학 중인 아동·청소년 중 디지털 성범죄로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 징계명령을 받거나 교사, 학부모 등을 통해 의뢰된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문 상담원이 1명당 10회 이상의 상담을 진행했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상담에 의뢰된 청소년들은 총 91명으로, 이 중 중학생(14~16세)이 63%에 이르렀다.
성범죄 가해 동기는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함 21% △재미나 장난 19% △호기심 19% △충동적으로 16% △남들도 하니까 따라해 보고 싶어서 10% △합의된 것이라고 생각해서 4% 순(중복 답변)으로 나타났다.
가해 행위 유형별로는 △불법촬영물 게시, 공유 등 통신매체 이용 43% △불법촬영 등 카메라 등 이용촬영 19% △불법촬영물 소지 11% △허위 영상물 반포 등 6% 순이었다.
상담사례를 보면 박(15)군은 초등학교 때 SNS에서 우연히 화장실 불법촬영물을 본 후 호기심에 영상을 계속 보다가 중학생이 되면서 직접 불법촬영을 시도했다. 학원 화장실, 버스 등에서 여학생을 대상으로 불법촬영을 지속하다 적발돼 상담에 의뢰됐으며, 이제는 스스로 통제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디지털 기술을 가장 쉽게 접하고 다룰 수 있는 청소년들이 쉽게 범죄와 연결되고, 가해자가 피해자로 전환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강(17)군은 SNS에서 사진 합성 광고를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 사진을 포르노와 합성해달라고 요청했다. 업체는 오히려 의뢰한 강군을 상대로 굴욕적인 동영상을 찍게 하고는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갈취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아동·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 게임, 메신저 등을 통해서 일상적으로 발생했다. 실제로 디지털 성범죄는 SNS(41%), 사이트(19%), 메신저(16%) 순으로 유포되었다.
서울시는 아동, 청소년 특화 디지털 성폭력 통합지원정책을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으며,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전문으로 지원하는 ‘찾아가는 지지동반자’ 사업을 작년 167명, 3081건을 지원했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온라인 그루밍(길들이기) 피해는 22%(423건)에 이르렀다. 피해 사례 대부분이 게임, 단체 채팅방 등에서 만난 또래의 아동·청소년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됐다. 이(12)양은 ‘12세만 들어와’라는 열린 채팅방에 심심해서 들어갔다가 또래의 남학생 5명과 대화하며 친해졌다. 남학생들은 이양 사진을 요구하며 외모를 칭찬해주고 이후 그루밍을 통해 더 높은 수위의 성적인 사진을 요구하며 협박했다. 유포 협박을 견디다 못한 이양은 부모님께 얘기해 어머니의 경찰 신고로 피해 지원을 받고 있다.
김기현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직무대리는 “아동·청소년들에게 디지털 성범죄는 ‘범죄’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놀이문화’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인터넷 이용 시간이 늘어난 아동·청소년의 피해, 가해가 증가하는 만큼 예방부터 피해자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아동·여성이 안전한 세상 만들기’ 캠페인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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