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공동취재단·뉴스토마토 박주용·문장원 기자] 전문가들은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경제 협력 부분에서 상호간 이득이 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새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 있어 한국의 독자 역할을 인정하며 상당한 의견 접근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양국 간 반도체, 배터리 협력에서도 시장 확대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한국에도 큰 이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선언은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다만 코로나19 백신 수급 문제에 있어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에 아쉬움을 표했다.
22일 <뉴스토마토>가 8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결과, 다수의 전문가들은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북정책과 반도체·배터리와 같은 경제 협력 부분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먼저 싱가포르 합의와 판문점 선언 등 북미, 남북 간 과거 합의를 토대로 현실적·실용적 접근을 통해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한미 간에 처음부터 끝까지 조율하겠다는 대목과 남북관계에서 한국의 독자적 역할을 인정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우리 정부의 안을 수용한다는 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한미정상회담 기간에 성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을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했다는 것은 대화의 의지를 보여주는 측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의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유인책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점은 앞으로 과제로 남았다.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한국 정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코로나19 방역, 남북 이산가족 상봉, 기후변화 대응 등 분야에서 대북 인도주의 협력을 함께 추진하고자 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으나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북한을 비핵화협상 테이블에 다시 불러오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상 의지만 가지고는 곤란하다"며 "중국과 한국이 보다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맡을 수 있는 북핵 4자회담의 개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담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것은 주권 확보 의미에서 큰 성과로 평가 받는다.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미사일지침 종료는 한미정상회담의 성과 중 매우 높게 평가할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전략사령부 창설을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전작권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과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주목받았던 백신 수급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간 포괄적인 백신 파트너십 체결로 아시아 지역의 백신 생산·공급 허브 기지가 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 차원의 백신 스와프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기대했던 미국의 조기 백신 공급 등의 구체적 지원 방안이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쉬웠지만 현재 미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국에 백신 지원이 이뤄졌다면) WHO도 그렇고 전세계 많은 국가들이 (미국을 향해) 한마디 했을 것"이라며 "한국은 코로나가 심각하지 않고 선진국인데 무엇을 받으려고 하느냐 등의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기자들이 사전에 질문하고 그랬다. 그런 것에 대해 (미국이)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이 미리 구매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좀 더 당겨 받을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조금 아쉬운 것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좀 더 이르게 7, 8월 정도에 총 4000만명분을 받을 수 있게 했으면 정말 효과적일 수 있는데 성사가 안 됐다"며 "3분기에 (백신 접종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좀 빠르게 조달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배터리 분야 등 경제 협력에 대해서는 시장 확대 측면에서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중국의 추격을 생각한다면 미국과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갖는 게 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한미 간 반도체 협력과 관련해 "우리도 그쪽(미국)에 이제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투자를 해서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같이 해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도 동반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은 과연 우리한테 어떤 기술협력을 할 것인지 오늘 없었던 부분이 좀 아쉽다"면서도 "(반도체 협력은) 기업입장에서는 다른 기업들과 (함께) 나가야 되는 부분들이 있으니까 좀 괜찮은 방향으로 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미 간 배터리 산업 협력은 중장기적으로 이득이 큰 분야로 꼽혔다. 배터리 전기차와 관련해 세계 시장을 주도해갈 수 있는 공고한 기반을 갖춘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이어 배터리와 관련한 부품소재자들의 미국 진출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 보면 조지아주의 현대·기아 로드라고 해서 내연기관차에 관련된 부품소재사들은 이미 진출해있는데 이번에 배터리 전기차 제작사와 배터리 제작사, 두 분야의 핵심부품 소재사들이 이어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윤성훈 중앙대 융합공학부 교수도 "장기적으로 셀의 공급 안정성이나 배터리 판매 안정성은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기회로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더 증가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시장이 팽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 평가했다. 현지 배터리 관려 재료 조달의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재료 수급 대책을 잘 세워야 한다는 조언도 함께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미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워싱턴 공동취재단·박주용·문장원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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