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카드사들이 해외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인출 한도 규제 강화에 나섰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매매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김치 프리미엄'(김프) 현상이 심화하자 김프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은 뒤 해외에서 인출해가는 등 외국환거래법 위반 의심 사례가 늘면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오는 6월부터 체크카드 해외 ATM 이용 한도를 신설한다. 현재는 해외 ATM 이용 시 체크카드로 인출할 수 있는 금액 제한이 카드 단위로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2개의 체크카드를 보유하면 카드마다 최대 한도까지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는 고객이 여러 카드를 가져도 1명당 월 최대 5만달러까지만 인출이 가능하다. 체크카드 해외 이용 거래 한도는 기존과 동일하다.
하나카드도 지난달 해외 ATM 이용 한도를 조정했다. 기존에는 월간 카드별로 1만달러까지 인출이 가능했지만 지난 4월말부터는 고객당 1만달러 기준으로 한도가 변경됐다. 농협카드도 최근 해외 ATM 인출 한도를 카드당 2만달러에서 1만달러로 축소했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해외 ATM 인출 한도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최근 현금 인출이 이례적으로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선 ATM 현금 인출이 가상화폐 거래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구매한 뒤 국내 거래소에서 판매한 차익을 체크카드에 연결된 계좌에 넣고, 해당 카드를 외국으로 보내 해외 ATM에서 현금화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시중은행에서 외환거래법상 5만달러 이상 송금 시 증빙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그 이상의 금액을 외국으로 보낼 수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사람은 못 가더라도 체크카드 자체를 우편으로 외국에 보내면 가상화폐 시세 차익을 ATM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며 "외국인들도 체크카드를 발급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은행이 송금 한도 규제를 강화한 것도 우회로를 찾는 데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시중은행은 중국인을 중심으로 비정상적으로 송금이 증가하자 제한 규정을 마련했다. 우리은행은 '우리은련퀵송금' 비대면 송금 서비스의 월 한도를 1만달러로 규제했다. 신한은행도 외국인이 증빙 서류 없이 비대면으로 해외에 보낼 수 있는 월간 누적 송금액을 1만달러로 제한했다. 농협은행은 외국인이 비대면 해외 송금액 상한을 1만달러로 한정했다.
카드사들이 규제안을 본격화하기 전까지 빈틈을 노린 외국인들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은행보다 카드사의 한도 규제 수위가 약한 것도 취약한 요소다. 여전히 국내와 해외 코인 가격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양상인 점도 불을 붙이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1비트코인 가격은 5100만원대인 반면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4500만원대로 약 13% 차이가 났다.
카드사들이 김치 프리미엄 현상에 따른 가상화폐 시세 차익을 해외 ATM을 활용해 수취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인출 한도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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