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년 창간기획)언택트의 일상화…집콕족을 잡아라
(코로나시대 기업풍속도)④
'홈코노미 시대' 개막…업무부터 여가·운동·진료까지 집에서
2021-05-14 06:00:00 2021-05-14 06:00:0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언택트 서비스가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발전 중이다. 이전엔 상상하지 못했던 경험을 이제는 집에서 할 수 있다. 회사나 학교, 영화관뿐만 아니라 헬스장과 병원, 심지어 콘서트장이나 미술관, 해외여행까지 집안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집이 단순한 주거·휴식 공간을 넘어 업무부터 여가까지 모든 활동을 즐기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공간의 제약 없이 많은 일이 가능해지면서 '집콕족'을 사로잡기 위한 변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가장 대표적인 '언택트의 일상화'는 '재택 근무'다. 기존에는 유연한 조직문화와 인프라를 갖춘 일부 IT기업에서만 시행하던 것이 전 산업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재택근무 활용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재택근무를 운영 중인 곳은 48.8%에 달했다. 
 
재택근무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단순히 집에서 업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원격 시스템이나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사무실과 동일한 수준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다. 재택근무를 위한 업무협업툴도 꾸준히 발전했다. 슬랙이나 노션, 줌 등 외산 중심으로 사용되던 협업툴이 카카오워크·NHN 두레이·잔디 등 국산으로까지 확대됐다. 
 
가상공간에 2D 오피스를 구축할 수 있는 '개더타운'. 사진/게더타운 홈페이지
 
회의부터 회식까지 회사의 여러 활동도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가상공간 솔루션 '개더타운(gather town)'은 실제 사무실을 2D 게임 같은 온라인 공간에 집어넣었다. 아바타를 움직여 다른 사용자 근처로 가면 화상 카메라로 실제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업무 책상이나 회의실도 개더타운 속 지정된 장소에서만 할 수 있다. 화상 대화 툴을 이용한 랜선 회식도 생겼다.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 야놀자, 나우버스킹 등 스타트업은 물론 NHN이나 우버 같은 IT기업은 지난해 적극적으로 랜선 회식을 활용해 구성원 간의 소통을 끌어냈다. 
 
보안이나 인증 때문에 반드시 대면 서비스가 필요했던 금융·관공서 업무도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접근성이 확대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뱅킹 하루 평균 이용 건수과 금액은 11.9%, 20.6% 늘었다. 모바일뱅킹의 하루평균 이용 건수는 18.8%, 이용금액은 45.2%나 늘었다. 인터넷뱅킹 등록 고객 수도 7% 늘었다. 
 
정부24나 홈택스 등 공공웹사이트에 민간 전자서명이 도입되면서 주민등록등본 등 공공기관에서 발급하는 각종 증명서를 전자문서로 발급하거나 공공 기관 민원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24 이용률은 26.7%p 늘어난 84.1%를 기록했다.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학교도 집으로 들어왔다. 코로나 확산으로 비대면 수업이 도입되면서 아이들은 집에서 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공교육뿐만 아니라 사교육 시장도 온라인 비중이 확대됐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인터넷 강의 수요가 늘어 결제 건수가 약 15% 증가했다. 이 중 입시 강의는 8.5%, 성인을 대상으로 한 영어 온라인 강의 결제는 28.1% 상승했다. 
 
쇼핑도 언택트로 중심이 옮겨가는 분위기다. 단순 온라인 쇼핑뿐만 아니라 판매자의 설명을 들으며 실시간으로 물건을 사는 '라이브 쇼핑'은 이제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런 추세에 지난해 1~10월 사이 온라인 쇼핑 매출은 31%, 홈쇼핑 매출은 16% 증가했다. 
 
외식도 배달이 대체하면서 음식서비스 거래 비용은 83%나 증가했다. 패스트푸드나 중국집처럼 배달업에 강점을 보이던 품목뿐만 아니라 파스타나 커피, 심지어는 호텔 레스토랑까지 배달에 뛰어들었다. NIA는 "가족모임을 외부에서 할 수 없어 배달 음식 주문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어반베이스의 3D 인테리어. 사진/어반베이스
 
공간 시뮬레이션을 도와주는 '3D 인테리어 플랫폼'이 발전하면서 가구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사람이 늘었다. 3D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반베이스는 지난해 10월까지 가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20%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언택트의 일상화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게임 업계는 활기를 띠었다. '방콕 취미'가 여가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지난해 1~4월 사이 국내 OTT 사용자의 이용 시간은 넷플릭스가 186%, 웨이브가 118%로 크게 늘었다. 이런 가운데 영화 마니아들은 이제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 개봉작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해외기업들 중 디즈니는 OTT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선언했고, 워너브라더스는 2021년 개봉할 영화 17편을 모두 극장과 자사 OTT인 HBO 맥스에서 동시 공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게임도 하나의 여가 문화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17년 70.3%를 기록한 후 이후 꾸준히 감소하던 게임 이용률은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으로 반등세는 보이며 70.5%로 늘었다. 최근 5년 이내 최고치를 달성한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게임 이용 시간이 증가했다고 답한 사람은 PC게임이 45.6%, 모바일 게임이 47.1%, 콘솔 게임이 41.4%였다. 절반에 가까운 게임 이용자가 이용 시간을 늘린 것이다.   
 
LG유플러스와 카카오VX가 서비스 하는 스마트홈트. 사진/LG유플러스
 
대표적인 외부 여가 활동인 운동도 집에서 할 수 있게 됐다. 헬스장이나 수영장 등 체육시설이 문을 닫자 '홈트족(홈 트레이닝 족)'이 많아졌다. 단순히 유튜브 등 동영상을 보고 동작을 따라 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홈트족을 위해 AR을 이용해 자세를 교정하는 '스마트홈트'도 출시됐다. 카카오VX와 LG유플러스가 서비스하는 스마트홈트 가입자는 1년 사이 7.4배 증가했다. 
 
네이버 V라이브로 진행한 NCT DREAM의 온라인 콘서트. 사진/네이버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공연·예술계도 생존을 위해 집콕족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대면 공연이 불가능해지면서 대체 수단인 온라인 공연 플랫폼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2분기 온라인 콘서트나 온라인 팬미팅 등 네이버 V라이브 유료 콘텐츠 상품 거래액은 직전 분기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6월 열린 방탄소년단의 유료 온라인 콘서트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는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 총 107개 국가에서 서비스돼 75만6600여 명이 관람하기도 했다. 걸그룹 잇지(ITZY)는 지난 설 연휴 기간에 증강현실 3D 아바타 플랫폼 '제페토'에서 가상 한강공원 팬미팅을 열기도 했다. 
 
미술관도 온라인 전시를 시작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3월 온라인으로 '미술관에 서(書) : 한국 근현대 서예' 전시를 열기도 했다. 학예사가 90여 분간 진행한 전시작품 해설은 유튜브·페이스북·네이버에서 실시간 중계돼 1만4000여 명이 관람했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4월부터 '디지털미술관'을 열고 온라인으로 전시 감상을 할 수 있게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가장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던 의료 분야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는 중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전화상담 또는 처방 및 대리처방'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코로나 감염에 취약한 만성·기저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비대면 내과 진료가 확산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해당 기간 42만명의 환자가 56만건의 전화상담·처방 등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이 중 내과 진료가 50.9%로 가장 많았고 일반 진료(10.7%), 신경과 (5.9%)가 뒤이었다. 
 
한국지능정보화사회진흥원(NIA)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기에는 5G·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사회·경제 모델이 등장하면서 기존 전염병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기술·사회적 진화가 진행되는 중"이라며 "온라인 기반 디지털 전환으로 비대면 소비·온라인 교육·재택 근무·온라인 모임 등이 보편·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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