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카카오(035720)와 네이버(
NAVER(035420))가 북미 콘텐츠 시장에서 정면 대결을 펼친다. 네이버가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의 인수를 마무리 지은 데 이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품은 데 따른 결과다. 양사는 북미 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콘텐츠 업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를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카카오엔터는 5억1000만달러(약 6000억원)을 투자해 타파스의 지분 100%를 확보했다. 래디쉬의 경우, 이사회 과반 이상이 회사 매각을 결정해 5월 중 텐더오퍼(공개매수)를 진행, 최종 인수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래디쉬는 4억4000만달러(약 5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엔터는 미국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타파스와 래디쉬를 기반으로 북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타파스와 래디쉬 인수를 확정지었다. 사진/카카오엔터
카카오엔터가 인수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타파스는 201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북미 최초의 웹툰 플랫폼이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5배 성장하는 등 폭발적인 우상향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일찌감치 북미시장에 진출해 웹툰을 서비스하고 있던 타파스와 협력관계를 이어오다 지난 해 11월 해외 관계사로 편입시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내맞선’, ‘승리호’, ‘경이로운 소문’, ‘나빌레라’등의 카카오엔터의 주요 IP를 타파스를 통해 북미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현재 타파스에 공급하는 카카오엔터의 약 80여개 IP가 약 9만여개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는 타파스 매출의 절반을 견인하고 있다.
타파스는 북미시장에서 K-웹툰을 알리는 병참기지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타파스트리(Tapastry)라는 작가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하며 현지 작가들과 IP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실제 타파스가 현지 작품으로 개발한 웹툰 ‘끝이 아닌 시작’은 카카오페이지 플랫폼과 일본 픽코마에 역수출 할만큼 작품성과 완성도를 인정 받았다.
래디쉬는 2016년에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모바일 특화형 영문 소설 콘텐츠 플랫폼이다. 2019년부터 집단 창작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자체 제작 콘텐츠 ‘래디쉬 오리지널’로 히트 작품들을 만들며 2020년에는 연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무료 연재 위주로 운영되는 타 플랫폼 대비 래디쉬는 전체 매출 90%가 자체 오리지널 IP에서 나올 만큼 독보적인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번 래디쉬 인수를 통해 카카오엔터는 K-웹툰에 이어 K-웹소설도 영미권에 본격적으로 진출시킬 계획이다. 국내에서 웹소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엔터의 슈퍼 IP들은 웹툰과 드라마, 영화 등 2차 창작물로 재창조돼 수많은 흥행을 만들었던 바, 래디쉬를 통해 소개될 K-웹소설에 대한 기대도 높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카카오엔터는 타파스와 래디쉬 인수를 통해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또 한번 진화하는 계기를 맞았다"며 "글로벌 플랫폼 네트워크 확장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타파스에 자사의 IP공급이 늘면서 거래액 성장세가 뚜렷하게 반영되는 것을 보며 북미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며 "이번 인수를 통해 래디쉬에 웹소설을 본격 수출하며 카카오엔터의 성공방정식이 미국에서도 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타파스의 김창원 대표와 래디쉬의 이승윤 대표는 각 기업의 경영자로 지속 참여하는 동시에 카카오엔터의 글로벌전략담당(GSO)을 맡는다. 북미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전반에 걸친 비즈니스에서 역량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김창원 타파스 대표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 IP를 가진 카카오엔터와 힘을 합치게 돼서 기쁘다"며 "향후 카카오엔터와 타파스는 기존 직원들, 현지 작가 커뮤니티와 함께 이뤄왔던 미션을 더욱 크고 의미 있는 스케일로 확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승윤 래디쉬 미디어 대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북미 웹소설 시장에서 더욱 경쟁력을 갖추고자 혁신적인 방법으로 스토리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선도해온 카카오엔터와 손을 잡았다"며 "래디쉬가 자체 제작해온 오리지널 IP들이 카카오엔테와의 협업으로 더욱 큰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슈퍼 IP들을 공급받아 북미 스토리 시장에서의 더욱 다양한 스펙트럼의 스토리들을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네이버, 왓패드 인수 완료…2차 저작물 본격 생산
이번 빅딜을 계기로 카카오와 네이버는 북미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네이버는 최근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를 마무리했다. 왓패드 지분 100%를 약 6억달러(6714억원)에 취득하는 조건이다.
지난 2006년 캐나다에서 설립된 왓패드는 전세계 9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 중인 웹소설 플랫폼이다. 네이버웹툰보다 6배 이상 많은 500만명 이상의 창작자가 10억건 이상의 콘텐츠를 생산해냈다.
네이버는 이달부터 네이버웹툰과 왓패드의 트래픽 교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너지를 모색한다. 향후에는 파급력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왓패드와 네이버웹툰에서 동시에 론칭하고, 양사의 인기 콘텐츠를 영화나 드라마 등 2차 저작물로 영상화하는 작업에도 착수한다. 장기적으로는 왓패드의 수익 모델을 검증해 창작자와 플랫폼 간 합리적으로 배분되고 성장할 수 있는 세계 최개 글로벌 창작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글로벌 메이저 작사와 시너지가 기대될 경우 투자 유치에도 나설 방침이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왓패드와 네이버웹툰의 결합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토리텔링 콘텐츠 기업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왓패드의 무궁무진한 스토리가 네이버웹툰의 정교한 기술, 다양하게 검증된 유료 모델과 만나 전 세계 사용자·창작자에게 최고의 경험과 영감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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