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부재·늘어난 인건비에 움츠린 엔씨, "2분기부터 재도약"(종합)
연간 인건비 두 자릿수 증가…트릭스터M·블소2 등 신작 기대감 고조
2021-05-10 13:22:00 2021-05-10 13:22: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엔씨소프트(036570)가 신작 부재 속 늘어난 인건비와 마케팅비 부담에 기대 이하의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분기부터 '트릭스터M'을 비롯한 신작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만큼 반등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엔씨는 10일 1분기 매출 5125억원, 영업이익 56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77% 줄어든 것으로 증권가 예상보다 감소폭이 더 컸다. 
 
자료/엔씨소프트
 
매출 측면에서는 지난해 1분기 리니지2M의 론칭으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주목할 만한 신작이 없었던 데다 기저효과까지 작용해 부진의 늪이 깊어졌다. 다만 엔씨는 1분기 게임업계의 화두였던 '확률형 아이템' 논란의 여파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장욱 엔씨소프트 IR 실장은 이날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트래픽이나 DAU(일간 활성 이용자수) 등을 감안했을 때 불매운동의 영향은 찾지 못했다"며 "4주년 업데이트를 앞둔 일시적 조정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건비와 마케팅비가 대폭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1분기 인건비는 232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0%, 전분기 대비 26% 증가했다. 앞서 엔씨는 2021년 보상정책을 발표하면서 신입사원 시작 연봉을 비포괄임금제 기준 개발직 5500만원, 비개발직 4700만원으로 책정했다. 기존 직원들의 정규 연봉도 최대 1300만원까지 인상했다. 또한 지난 3월 중 작년 성과에 대한 특별 보너스로 전 직원에 800만원을 지급했다. 파격적인 연봉 인상 등 임직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면서 당장의 수익성은 나빠졌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것이 회사측의 입장이다. 
 
이 실장은 "게임산업뿐 아니라 전체 산업이 재편되면서 IT 인력 수급 현상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엔씨가 (처우를) 언제나 업계 최고를 유지한다는 기조에 따라 올해 인건비가 올라가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연간 기준으로 인건비가 두 자릿수로 증가하는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꾸준히 예정된 신작을 통한 매출 상승으로 충분히 상쇄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이 실장은 또 "특별보너스를 제외하고는 통상적으로 지급됐던 정기 인센티브 증가분이 대부분"이라며 "2분기부터는 (인건비가) 바로 안정화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기간 마케팅 비용 지출은 549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일본·대만 시장에서의 리니지2M 출시, 트릭스터M 국내 론칭, 상반기 중 선보일 블레이드&소울2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전방위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다보니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마케팅에 한꺼번에 비용을 쏟아부었던 적이 거의 없었다"며 "2분기에는 이보다 (마케팅 비용이) 확실히 낮은 금액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 게임사와 비교해 엔씨는 매출 대비 마케팅 비용 지출이 적은 편"이라며 "연간 기준으로 5~6%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씨소프트가 오는 20일 공개하는 트릭스터M이 사전 예약자 500만을 돌파했다. 사진/엔씨
 
엔씨는 이달 말 출격하는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트릭스터M을 시작으로 대규모 신작을 연달아 출시하며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20일 출시되는 트릭스터M은 사전 예약이 500만을 돌파, 기대감이 고조된 상태다. 블소2도 사전 캐릭터 생성 속도가 리니지2M때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실장은 "트릭스터M은 기존 게임 대비 20대, 여성 이용자 비중이 확연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엔씨에 없었던 연령대와 성별 등 고객 기반을 확장하는데 확실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엔씨의 장기 지향점인 '장르의 대중화'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블소2에 대해서도 그는 "이용자 연령대가 20대에서 50대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사전 예약 데이터로만 보면 자신감 있는 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 상태"라고 긍정했다. 
 
다만 당초 연내 출시 예정이었던 아이온2가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신작 공개 로드맵은 조금씩 지연될 전망이다. 이 실장은 "신작들이 늦어지고 있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6개월째 지속 중인 재택근무도 일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게임 출시 마지막 단계인 QA를 통과하는 것이 매우 혹독하고 게임의 성패에도 큰 영향을 주는데, 재택근무가 생산성을 다소 떨어뜨렸다는 평가다. 그는 "필요불가결하게 예상보다 미뤄지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재택 환경이 언제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여유롭게 일정을 가져가고 싶은게 현실"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엔씨는 글로벌 시장 공략, 콘솔 게임 등 새로운 플랫폼 개척 등을 통해서도 매출 신장을 꾀한다. 현재 일본과 대만에 론칭된 리니지2M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한다. 국내에 출시된 게임을 단순히 언어만 바꿔 출시하는 것이 아닌 글로벌 고객들의 취향이나 플레이 패턴을 세분화해 맞춤형 게임으로 새롭게 개발해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콘솔 게임 부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TL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고자 한다. 이 실장은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 등 최신형 콘솔 디바이스의 보급이 끝나는 2~3년 후에 본격적인 서비스를 진행할 것"이라며 "기존의 MMORPG 문법을 그대로 가져가지 않고 디자인을 비롯 다양한 변화를 주는 방향으로 진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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