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지난해 5조원대 적자를 냈던 국내 정유업계가 1분기부터는 안정적인 흑자 기조에 진입하는 모습이다. 대형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제품 수요가 회복되고 있고, 정제마진도 배럴당 3달러선을 돌파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로 전개되면서 이 같은 흐름은 2분기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충남 서산 현대오일뱅크 공장 전경. 사진/현대오일뱅크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일 두바이유는 67.76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68.96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65.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월 들어 일제히 60달러선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배럴당 6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0달러대까지 급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안정권에 들어선 셈이다.
특히 원유 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의 수익 차이에 따른 이익(재고평가손익)이 극대화되면서 1분기 국내 정유업체들은 '깜짝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
S-Oil(010950))은 영업이익이 6292억원을 달성하며 2016년 2분기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4분기까지 1000억원대 적자를 냈던 정유사업 부문이 2113억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달 중순 실적 발표가 예정된
SK이노베이션(096770)과 GS칼텍스도 무난히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은 378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GS칼텍스도 1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올 1분기를 기점으로 정유사들이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분기에만 20달러 이상 가파른 상승을 보였던 국제유가가 현재 60달러 초반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만큼, 더이상의 재고평가손익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정유사를 둘러싼 제반 여건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최근 배럴당 3달러를 돌파하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달 둘째주 2.1달러, 셋째주 2.5달러, 넷째주 2.8달러를 기록한 뒤 다섯째주에 3.2달러까지 증가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가격으로, 아직 손익분기점은 4~5달러선까지는 회복되지 못했지만 이 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형 시장인 미국의 이동 수요 회복도 긍정적이다. 최근 텍사스 주에 불어 닥친 기록적인 한파의 영향으로 다수의 정유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급감했던 석유제품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주효하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이달부터 나들이가 많아지는‘드라이빙 시즌’에 따른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도 미국 시장에 대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이 대미 항공유 전체 수출물량 중 미국 비중은 지난 1월에 43%에서 3월 들어 83%까지 두배 가까이 올랐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정제설비 가동률이 1년래 최대치이며 글로벌 재고 감소세 또한 뚜렷하다"며 "백신접종 가속화로 미국을 중심으로 휘발유, 항공유의 수요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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