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갈등이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자 사측은 부분 직장폐쇄로 맞섰다. 양측의 대립이 장기화되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이날 오전 7시부터 부산공장에 대한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르노삼성은 조업 희망자의 경우 근로희망서 제출 시 정상 근무가 가능하며, 직장 폐쇄 즉시 노조 파업 참가 조합원은 공장에서 퇴거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노조의 쟁의 지침에도 대다수의 조합원이 근로를 하려고 하지만 노조가 현장을 순회하면서 이를 방해하고 있어 직장폐쇄를 결정했다”면서 “4일에는 조합원 중 75% 정도가 출근하면서 공장 라인이 가동됐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이 4일 오전 7시부터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공지문 내용 일부. 사진/르노삼성 노조
노사는 지난해 7월부터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9차 본교섭을 가졌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당초 이달 6~7일로 예정된 교섭도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노조는 지난달 30일 8시간 전면파업, 3일 6시간 부분파업을 벌였고 4일에도 전면파업을 했다.
노조는 이번 사측의 직장폐쇄에 반발했다. 노조 관계자는 “올해까지 4년연속 기본급 동결을 관철시키고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직장폐쇄를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노조가 회사의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았고 파업시간도 38시간에 불과한데 사측이 급한 나머지 최악의 수를 던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 상황이라면 노조는 파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노사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르노삼성의 위기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삼성의 4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3만1412대로 전년동기(4만1477대)보다 24.3% 감소했다. 특히 내수는 1만8595대로 40.0%나 줄었다. 수출은 1만2817대로 22.4%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XM3가 유럽시장에 8379대 수출된 점이 결정적인 요인이다.
르노삼성 노사 갈등이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3일 노조가 부분파업을 단행한 모습. 사진/르노삼성 노조
다만 노사갈등이 지속되면서 리스크가 커진다면 르노그룹에서 부산공장의 XM3 유럽 수출물량을 줄이거나 배정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파업으로 XM3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내달부터 XM3 하이브리드의 유럽 물량을 생산해야 하면서 순환휴직자 290여명은 이르면 오는 10일부터 복직하게 된다. 부산공장은 XM3를 일평균 400여대 생산했지만 파업 기간에는 200대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도 임직원들에게 현재 위기상황인만큼 단기적인 이익보다 현실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뇨라 사장은 4일 임직원에게 보낸 Q&A 메시지에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 모두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면서 “르노삼성의 경우 내수 판매 등 현재까지 실적으로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XM3는 유럽에서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면서 “초도 물량의 납기를 준수하고 높은 품질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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