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플랫폼 된 당근마켓, 동네 대리 인증에 골머리
불법 규정된 '타지역 대리인증' 문의와 사기 피해 빈번
사기거래 방지 위한 경고성 문구 도입…"동네 인증영역 확장은 검토 안해"
2021-05-03 15:32:31 2021-05-03 15:32:31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지역생활 커뮤니티를 지향하며 누적 가입자 2000만명 돌파라는 성과를 낸 당근마켓이 최근 동네 대리인증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타 지역 물건을 사려는 사람을 대신해 그 동네에 살고 있다고 인증해 준다면서 접근해 거래 수수료를 챙기고 '먹튀'하거나, 전화번호·인증번호를 가로채 계정을 빼앗는 등 신종 사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네이버 카페,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당근마켓에서 동네 대리인증을 원한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동네 기반 카페를 비롯해 당근마켓을 제목으로 전국 구입을 위한 인증을 하거나 타 지역인에게 도움을 준다는 내용의 전문 카페도 만들어져 구매에 대한 의견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카페에 주로 올라오는 글의 대다수는 “동네 인증을 부탁드린다”, “연락처를 보내고 싶은데 채팅이 안된다”는 내용이다. 이외에 “지역변경을 해도 채팅은 안되는데 해결방법은 없나요”란 문의 글도 많이 올라와있다.
 
네이버 지역기반 한 카페에 당근마켓 구매 대행 관련 글이 수십여건 올라와있다.
 
 
이같은 동네 대리인증 요청이 횡행하는 것은 동네 근처의 중고 물품만 직거래할 수 있도록 한 당근마켓의 독특한 서비스 모델 때문이다. 당근마켓이 설정한 '우리 동네'의 범위는 현 거주지역의 GPS 인증 위치에서 2~6km 반경으로 제한된다. 
 
제 3자가 인증을 대신하는 대리인증의 경우, 당근마켓 측이 사기 거래 방지를 위해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불법 행위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도 '정당한 접근 권한이 없거나 허용된 접근 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증 대행 방식은 불법으로 간주된다.
 
이에 지난 2월 당근마켓은 이용자가 대리인증으로 인한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경고 알림기능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 도입에도 대리인증으로 인한 수수료 먹튀, 연락두절, 계정 탈취·도용 등 문제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대행 관련 아르바이트 모집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도 심심찮게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하루에만 수십여건의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한 카페 운영진은 "대리인증에 대한 사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금품 요구는 금지하며 지역별 물품을 구매하고 싶을 경우 그 지역에 있는 이용자가 연락처를 전해주는 정도만 허용하고 있다는 안내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올라와있는 당근마켓 구매 인증 대행 관련 채팅방. 전국 지역 구매 인증 연결에 이어 아르바이트 모집글도 개시돼있다.
 
당근마켓 인증대행을 사기를 당했다는 이용자 A씨는 "고가의 제품을 대행 구매하려고 하다 대행구매자쪽에서 판매금액의 절반을 선입금하라 했는데 수상해서 알아보니 사기 계좌였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 B씨는 "구매가 안돼 오픈채킹까지 들어가 구매대행을 신청했는데 이후 회원탈퇴를 해 연락두절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구매를 좁은 반경 내로 제한하는 것을 개선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용자 C씨는 "명품과 가전제품에 관심이 많은데 제가 사는 동네에는 관련 중고물품이 잘 올라오지 않아 타 지역 구매 대행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면서 "가격 시세도 동네별로 편차가 큰 데, 차라리 동네인증을 한정해 채팅을 못하게 막기보단 채팅할 수 있는 범주를 넓혀주면 이러한 대행 사례가 줄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측은 일단 플랫폼이 지역기반으로 성장한 만큼 그 정체성은 유지하되, 서비스 안정화 방안 마련에 더욱 힘쓰는 방향으로 간다는 방침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동네 거주하는 이웃간 직거래가 중심이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지역기반 플랫폼으로 성장한 만큼 거래 반경을 넓힐 생각이 없다"라며 "강남구와 같은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은 오히려 이용 반경을 4km까지 좁혔다. 지역을 넓히게 되면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과 차별점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기조는 유지할 생각이다"이라고 말했다.
 
대리인증과 사기 피해에 대한 대응에 대해선 "지난 2월 대리인증을 통한 사기 방지를 위해 경고문구를 인증문자에 포함해 발송하는 등 더욱 강력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면서 "당근마켓은 사기 발생시 수사기관과 밀착 공조를 하게 되며, 이를 통해 건강한 이용자 환경 제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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