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260조 인프라 투자…"건설기계·5G 장비·전기차 수혜"
굴착기 등 건설장비 수요 증가 예고…두산밥캣·인프라코어 수혜
전기차 업계, '충전시설 확충' 호재…반도체, 소비 증가에 따른 이익 기대
2021-04-01 14:53:55 2021-04-01 14:53:55
[뉴스토마토 산업1부] 이번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2조달러(약 2260조원)대 인프라 투자 발표는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이슈라는 점에서 국내 산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건설장비·5세대(5G) 이동통신·전기차·반도체 분야의 수혜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이 이번 투자와 더불어 '자국산 우선주의' 노선을 구축할 경우 국내업체가 큰 이익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된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일자리 계획'은 크게 교량·도로·대중교통·전기차·항만·공항 등을 새롭게 구축하는 '교통 인프라 확충'을 비롯해 '주택 인프라 구축', '제조업 지원·연구개발', '5G 통신망 구축', '전력망 강화' 등으로 나뉜다.
 
이번 교통·주택 인프라 구축 발표로 국내 건설장비 업계는 수혜를 기대한다. 대규모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굴착기 같은 건설장비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소형 건설 기계 업체 두산밥캣(241560)의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액 4조2821억원, 영업이익 3939억원의 실적을 냈는데 이중 약 70% 가량이 미국에서 나왔다.
 
대형 건설 기계업체들의 경우 두산밥캣보다 미국 매출 비중이 크지는 않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1위 건설기계 업체 두산인프라코어(042670)의 지난해 북미·유럽 매출은 7492억원으로 전체 대비 10%가 채 안 됐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북미 수출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미국 건설 경기가 살아나는 점은 업계에 호재"라고 말했다. 
 
인프라 구축과 밀접한 철강·해운업계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무역확장법 폐지 시 바이든의 조치는 대미 수출의 활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바이든의 이번 정책 발표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며 "미국이 대규모 경제 부양책을 펴면 전 세계 경기가 살아나는 효과가 있어 물동량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 100톤 굴착기 'DX1000LC-7'. 사진/두산인프라코어
 
5G 인프라 확충은 삼성전자(005930)와 같은 5G 장비 업체의 매출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5G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일단 기지국을 세워야 하는데 여기에는 통신장비가 많이 필요하다"며 "기본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면 이를 기반으로 부가 사업인 통신장비, 스마트폰의 수요가 늘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로 충전시설 확충이 예상되는 전기차 업계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 중 가장 각축이 벌어진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 등이 전기차 파이를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의 본격적인 그린 뉴딜 정책 추진은 당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전부터 친환경 정책을 내세운 만큼 전기차뿐만 아니라 태양광 등 친환경 관련 업계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시절에도 캘리포니아 등 주 정부 개별로 태양광 시장 확대 움직임이 있었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투자로 시장 확대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최근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 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 정부의 '자국 우선' 기조와 국내 부품업체의 친환경 시대 대응 미숙은 불안 요소다. 이호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 기업에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거나 미국 부품의 비중을 높이라고 요구할 수 있는 만큼 장미빛 전망만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친환경차 시장이 커질수록 이에 맞게 부품이 따라가야 하는데 국내 상당수 부품업체들이 최근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상당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 업계는 내심 이번 투자가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내수 경기 부양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의지를 잘 알겠다"며 "국내 반도체 업체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높은 만큼 이번 부양책으로 현지 소비가 늘면 반도체 업계도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업1부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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