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 빚이 3800조원을 돌파하면서 금융 리스크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급증한 민간부채가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집값 급등 등의 요인이 금융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민간부채 관리 노력과 금융기관의 건전성 지표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발표한 '2021년 3월 금융안정 상황(금융안정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와 기업부채(자금순환 기준)를 합한 규모는 3879조6000억원으로 1년 전(3555조7000억원) 보다 9.1% 증가했다. 가계빚은 1726조1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9% 증가했다. 기업신용도 2153조5000억원(추정치)으로 1년 전보다 10.1% 늘었다.
가계빚은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늘면서 1분기 4.6%에서 2분기 5.2%, 3분기 7.0%, 4분기 7.9%로 증가해왔다. 은행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된 요인은 2019년 하반기 이후 감소했던 비은행 가계대출이 지난해 하반기 들어 증가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비은행가계대출은 1년 전과 비교해 1분기 -1.2%와 2분기 -0.6%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3분기에는 2.1%, 4분기 4.2%로 증가세 전환을 맞았다.
가계대출 중에서는 주택거래량 증가에 따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 마련)' 열풍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었다. 기타대출도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에 따른 주식투자 수요 확대와 신용대출 규제 강화 이전에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겹치치면 큰폭으로 늘었다.
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175.5%(추정치)로 전년대비 13.2%포인트 증가하는 등 소득대비 채무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즉,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고용과 업황 부진 등으로 소득여건 개선이 지연될 경우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또 향후 경기회복이 차별적으로 진행되면서 취약가구 등을 중심으로 부실위험 가능성도 존재한다.
기업신용은 지난해 말 기준 2153조5000억원이었다. 이는 1년 전보다 10.1% 늘어는 수준으로 2019년 말 7.8%와 비교해 확대된 수치다. 금융기관 기업대출은 지난해 말 1359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3% 늘었다. 코로나19 관련 자금수요와 정부·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이 이어지면서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악화되는 모습이었다. 매출액은 항공, 숙박음식, 석유화학 업종 등을 중심으로 6.0%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차입 증가 등으로 늘었으나 영업활동 위축에 따른 외상매입금, 지급어음 등 영업관련부채 감소로 78.6%에서 79.1%로 늘었다.
한은은 금융시스템이 현재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민간부채 급증과 이에 따른 금융불균형 확대 등으로 중장기적 금융안정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늘어난 민간부채가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주택 등 자산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는 등 금융불균형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실물경제 여건에 비해 과도한 신용축적과 자산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대내외 충격에 대한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이 증대됐다"며 "부문간, 업종간 경기회복이 불균등하게 진행되면서 정부지원조치 등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신용리스크가 현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시건전성정책을 통한 민간부채 관리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금융기관들도 현재의 자산건전성 지표가 실질적인 신용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에 유의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가 1726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9% 늘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한은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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