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국적자 행세 세금 '나몰라라'…국세청, 역외탈세자 54명 정조준
비거주자 위장 소득·재산 해외은닉
사회·경제활동·자산 현황 등 검증
"'특권 남용' 불공정 탈세 대응"
2021-03-24 14:46:37 2021-03-24 15:13:14
[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 외국 영주권을 취득한 A씨는 자녀에게 해외 부동산을 물려줄 생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이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인 후 법인 지분을 자녀에게 이전하는 편법 증여를 일삼았다. 증여 지분에 대한 증여세는 현지 과세당국에 신고했으나 공제한도 미달로 세금은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외국 시민권자라는 점을 악용해 국내 비거주자로 위장해온 사실이 과제당국에 적발됐다. 편법 증여를 받은 자녀는 대부분의 생활을 국내에서 보낸 것이다. 해당 자녀의 부동산 취득자금을 조사한 끝에 과세당국은 증여세 십수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이중국적자·다국적기업·사주일가 등의 세무 검증을 벌인 결과, 지능적 역외탈세 혐의자 54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다고 24일 밝혔다.
 
우선 납세의무가 없는 비거주자로 위장해 재산을 은닉한 이중국적자는 14명이었다. 또 기업형태를 외부감사가 없는 유한(책임)회사로 변경하고 은밀한 내부거래를 통해 소득을 이전한 외국계기업은 6곳이었다.
 
아울러 재산을 더욱 증식하기 위해 우월한 경제적 지위와 배경을 악용해 복잡한 국제거래로 탈세한 혐의자는 16명에 달했다. 중계무역·해외투자 등 정상거래로 위장해 소득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자와 역외 비밀계좌 개설 등 국외 은닉한 지능적 역외탈세 혐의자는 18명이다.
 
국세청은 조사 착수 전 혐의자의 출입국 내역, 국내 사회·경제활동, 가족 및 자산 현황 등을 철저히 검증할 예정이다. 특히 국내외 수집정보, 국가간 정보교환자료, 해외금융계좌 신고자료 등 과세인프라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2019년 이후 3차례에 걸쳐 역외탈세 및 다국적기업의 공격적 조세회피 등 역외탈세 혐의자 318명에 대해 동시 세무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2019년에는 5629억원, 2020년 5998억원 등 1조1627억원에 이르는 탈루세금을 추징했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공정세정의 실현을 위해 성실납세는 최대한 지원하되 반칙과 특권을 남용하는 불공정 탈세에는 관용 없이 강력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이 24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역외탈세 혐의자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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