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연 기자] 요즘 부쩍 대출 관련 TV 광고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런 광고는 '서민대출', '빠른대출'을 무기로 내세운다. 금융당국이 가계 빚 관리를 위해 대출을 규제하면서 나타난 시그널이다.
최근엔 주택담보대출을 조이자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리고, 신용대출을 규제하자 이번에는 2금융권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6조7000억원 늘어난 100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의 은행권 대출 잔액이 1000조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733조3000억원)이 한 달 사이 6조4000억원 불었다.
은행에서 빌린 가계 빚이 지난달 말 10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까지 오르고 있다. 여기에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대출금리가 오를 조짐을 보이면서 이미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부담 역시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신규대출을 받아야 할 실수요자들로서는 제때 자금을 융통하지 못하거나 고금리에 2금융권을 이용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중 상호신용금고와 저축은행 등을 비롯한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8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달(2000억원)보다 14배나 늘어난 규모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 2조1000억원으로 2조원을 넘어선 이후 2개월 연속 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대출을 옥죄면 그 피해는 자금난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나 저소득자에게 돌아간다. 신용대출 증가세가 지금보다도 더 가팔라질 경우 금리가 높은 만큼 부채의 질도 더욱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풍선효과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신용대출로 쏠림 현상이 나타났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신용대출을 규제하자 막차 수요로 인해 오히려 대출잔액이 매달 더욱 빠르게 치솟았다.
정부는 신용대출이 왜 늘어났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부터 개선해야 한다. 은행권 신용대출 조이기만으로는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유연 기자 9088y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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