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하자
2021-03-16 06:00:00 2021-03-16 06:00:00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시작된 부동산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다. 정치권과 공무원들까지 투기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와 미친 듯 오른 집값, '영끌매수'에도 불구하고 집을 사지 못한 3040세대의 허탈감이 뒤엉켜 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정부는 급히 합동특별수사본부 가동이니 전수조사니 하면서 후속 조치에 나섰지만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부동산투기 의혹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격노와 민심을 고려한다면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이번 일의 책임자들을 일벌백계할 모양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사실 역대 정권마다 부동산투기가 문제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매번 민심은 분노했고 정부도 일망타진을 공언했다. 그럼에도 투기는 근절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교묘한 방법으로 진화했다. LH 사태처럼 말이다. 투기를 차단하고 공무원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대안을 고민할 때다.
 
각계에서 거론된 대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다. 이것은 고위공직자로 임명되면 실거주 목적의 1주택을 제외하고는 모두 처분토록 한 것이다. 고위공직자가 되면 직무와 관련해 소유한 주식을 모두 처분토록 하는 주식 백지신탁제와 동일한 원리다.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하거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걸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취지다.
 
정치권에서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 지사는 지난해 7월 이 제도를 처음으로 언급했고, 올해 2월엔 국회와 인사혁신처에 제도의 입법화를 건의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꾸준히 이 제도를 알리고 있다. 이 지사는 "고위공직자가 집을 여러 채를 가지고 있으면서 부동산정책으로 집값 안정시키겠다고 하면 국민들이 정책을 믿지 못한다"면서 "고위공직자는 주거나 업무용 필수부동산 이외 일체 부동산을 보유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물론 고위공직자에게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 1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팔라'고 권고한다고 해서 모든 부동산투기가 하루아침에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부동산시장엔 '시장이 과열됐지만 적어도 이 정권의 부동산정책은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필요하다. 정부가 부동산투기 만큼은 하지 않도록 솔선수범하고 있다는 시그널 말이다. LH 사태에 관해 국민이 공분한 지점도 국민에게 투기하지 말라던 공무원들이, 누구보다 청렴하고 솔선수범해야 할 공무원들이 업무상 정보를 활용해 투기했기 때문이다.
 
이 참에 부동산백지신탁제의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만 적용할 게 아니라 청와대 참모와 직원, 국회·지방의원, 부동산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 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다. LH 사태라는 위기를 부동산투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동시에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최병호 사회부 기자(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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