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모양이다. 이번 사건은 미시적으로는 4월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민심의 향방에 영향을 줄 사안임과 동시에 거시적으로는 꼭 1년 남은 대통령 선거와도 무관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과제인 검찰개혁 결과에 대한 첫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특징은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범죄 같은 고상하고 복잡한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말 그대로 '두 다리 마음 편히 뉘어 보겠다'는 민초들이 '영끌', '혼끌'로 목을 매는 내집 마련의 꿈을 조롱하는 사건이다. 국민이 주권자로 인정된다는 민주공화국에서는 그야말로 역린을 뒤집어 놓은 사건이다.
사안의 중대성이야 더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지만, 지금의 정부 대응 수준을 보면 민심을 제대로 살피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정부는 지난 4일 범정부 차원의 '관계 기관 합동 조사단'을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무1차장을 총괄 책임자로, 산하 공직복무관리관실을 주축으로 했다. 여기에 민정, 부패예방추진단 등 총리실의 전 전력을 투입한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관계 지방자치단체 감사관실도 참여 대상이다.
정부는 "최대한 빨리 조사를 마무리하고, 위법이 확인될 경우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한다"고 밝혔다. 3월 둘째 주라고 결과 발표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까지 박았다.
정부의 이 단계 구성을 보고 국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시기를 공언한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공식 발표한 정황 증거가 분명한 상황에서 나온 정부의 대응안은 그야말로 이를 답습하는 진상조사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이 사건에 대한 사실(그나마도 일부에 불과할 것임이 명백했을 것이지만)을 공개했을 즈음, 투기세력이 이 죄증을 어떻게 인멸했을지에 대해 부동산 투기 사건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말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그 이상이다. 전광석화 같은 수사다. 수사와 조사의 차이점을 구구절절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으나 통신·계좌추적,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불가피한 이번 상황에서는 수사가 어느 모로 보나 적합한 처방이었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수사 아닌 조사 수준의 처방을 내놓은 것은 필경 국민의 수준을 따르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런 와중에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 등 관계부처 장이 주말인 지난 7일 돌연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홍 부총리 등은 토지·주택업무 관련 부처 직원들의 토지거래 제한과 부동산등록제, 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가중처벌, 부당이익 환수 등을 추가 대책으로 발표했다.
국민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이런 규제장치 조차 없었다는 말인가. '법에 위반되지 않으니' 또는 '개발정보를 미리 알지 못했으니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는 식의 변 장관과 LH 직원들의 인식이 어디에서 기인됐는지를 능히 가늠하게 하는 발표였다.
그나마 다행이었을까. 정세균 총리는 8일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이로써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이 전면에 나서게 됐다. 공식적인 국수본 1호 수사로, 국민의 온 관심이 국수본으로 집중됐다.
그러나 정작 국수본 조차도 적잖이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국수본 고위 관계자는 이날 '수사를 경찰이 아닌 검찰에 맡겨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는 기자들 질문에 "검찰이 그동안 수사에서 컨트롤타워를 맡은 것은 맞지만 경찰 중심으로 관련부처에 파견도 가고 같이 참여를 했다. 상당수 성과가 경찰에서 나왔던 것으로 안다. 그동안 부동산 특별단속을 계속 해오면서 역량을 축적해왔다"며 "검찰에 맡겨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서 검찰에 비해 수사력이 약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국민의 걱정임을 알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웬지 힘이 없어 보인다. 수사를 검찰에 맡겨야 한다는 여론을 불식하자고 한다면, 개괄적으로나마 과거 유사 사건 수사 성과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구성에 검찰이 배제돼 있음은 참으로 의문이다. 헌법상 영장청구는 검사를 통하도록 돼 있다. 국수본의 강제수사를 위해서는 검찰의 지원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진상조사-수사의뢰-수사-기소'가 예정돼 있는 이 사건에서 영장청구와 기소부분을 담당하는 검찰이 빠져 있음은 지름길이 있음에도 돌아가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번 사건 수사와 기소는 여권이 추진 중인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종국적 목표를 시험해 보기 위한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기회를 놓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그래서 같은 날 수원지검 안산지청에서 '부동산투기 수사전담팀'을 구성하고 '수사단계부터 법리검토·사례분석 자료를 지원·공유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차라리 갸륵히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최기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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