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미국의 기록적인 한파로 인해 현지 반도체 가동을 멈추며 비상이 걸렸다. 잠깐의 정전에도 막대한 손해를 입는 반도체 공정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 화성·기흥·평택사업장 임직원을 비롯해 협력업체 기술진을 순차적으로 파견하고 있다. 이번에 파견한 임직원들은 지난 16일 오후부터 생산을 멈춘 오스틴 공장의 재가동을 위한 라인 셋업 작업에 투입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확한 공장 가동 재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수백단계로 이뤄지는 반도체 생산 공정은 어느 한 부분이 멈추면 다른 공정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벌써 손해액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앞서 2018년 3월 평택사업장에서 30분 미만의 정전이 발생했을 당시 500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12월 화성사업장에서 정전이 발생했을 때에도 수십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은 어느 한 부분이 멈췄을 때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며 "이에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 여파에도 인력을 최소화하며 생산을 이어간 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엔 정전과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아니라 사전에 가동 중단을 통보받고 조치를 취해 상황이 다소 다르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가동을 이어가던 평소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오스틴시는 최근 혹한에 따른 대규모 정전과 전력 부족 사태로 인해 삼성전자 등 지역 대기업들에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것을 명했다. 폭설과 강추위로 인해 난방 등 전력 사용량이 급증했고 풍력발전기 고장까지 겹치면서 불가피하게 이러한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후 미셸 글레이즈 삼성전자 대변인은 "셧다운 명령 사전 통보와 함께 생산 중인 설비와 웨이퍼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전력이 복구되는 대로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오스틴 공장에 14나노미터급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약 3조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의 5.5%에 해당한다.
재가동 이전만 해도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을 중심으로 삼성전자가 오스틴에 170억달러(약 19조원)에 육박하는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셧다운 여파로 인해 증설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