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수 절차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두 회사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인수 완료를 위해서는 기업결합 심사 절차만 남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내에 남은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며 이후 중국 시장 입지 강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두산인프라코어 임직원의 고용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위한 SPA(본계약)를 체결했다고 5일 공시했다. 두산중공업이 매각하는 두산인프라코어 주식은 7550만9366주(지분율 34.97%)로, 매각가는 시장에서 예상한 것과 비슷한 수준인 8500억원이다.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두산인프라코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4개월간 인수 절차를 밟아왔다. 양사는 당초 지난달 말 계약을 마무리 짓기로 했지만 서류 정리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계약을 한차례 연기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향후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와 중국 등 주요 국가에 기업결합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며, 3분기 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이 5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위한 SPA를 체결하면서 세계 7위 규모 건설기계 업체로 도약한다. 사진/현대건설기계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5월 기준 세계 건설기계 시장 점유율 3.3%를 차지한 9위 업체다. 현대건설기계는 1.2%로 22위에 올라있다.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두 기업은 합병 후 세계 7위 규모로 올라선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시장에서 입지가 단단해 현대건설기계 해외 사업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굴착기 해외기업(MNC) 기준 23%로 1위 캐터필러와 1, 2위를 다툰다. 지난해 2분기에는 중국 건설시장 호황에 힘입어 최근 10년 사이 최대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반면 현대건설기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3%대 수준이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올해에도 건설 시장 호조세가 예상되면서 두산인프라코어는 향후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국내 최정상 건설기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영업 노하우와 훌륭한 인재들을 맞이하게 돼 기쁘기도 하지만, 성장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에 마음이 무겁다"며 "두 회사가 세계시장에서 탑-티어(Top-tier)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시장 흐름 변화에 맞춘 미래기술 투자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두산중공업은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으로 지난해 산은 등 채권단에 약속한 3조원 규모 자구안 숙제를 마무리하게 됐다. 두산그룹은 지난해부터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솔루스(6985억원), 클럽모우CC(1850억원), 모트롤BG(4530억원) 등 주요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한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두산중공업이 1조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도 나섰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떨어져 나가면서 두산그룹은 가스터빈과 해상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대다수 신사업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 당분간은 소형 건설기계 계열사인 두산밥캣이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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