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효성(004800) 오너일가의 3남인 조현상 효성 총괄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장남 조현준 회장과의 '투톱 체제'를 굳건히 다진다. 조 부회장의 이번 승진으로 효성가 승계구도의 마무리 수순이 다가오는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형제경영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왼쪽부터) 조현준 효성 회장, 조현상 효성 부회장. 사진/효성
효성그룹은 4일 조현상 총괄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2017년 1월 그룹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후 약 4년만이다. 효성그룹 측은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 등 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효성그룹은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으로 이뤄진 오너가 투톱 경영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회장에 올랐으며, 2017년 7월부터 대표이사를 역임해왔다. 앞선 지난 2011년까지는 선대 회장인 조석래 명예회장의 세 아들 조현준, 조현문, 조현상 삼형제가 그룹에 유사한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차남 조현문 변호사가 이른바 '형제의 난'을 일으킨 후 승계구도에서 물러나면서 장남과 3남으로 좁혀졌다.
향후 효성그룹의 승계는 계열분리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효성그룹은 과거에도 장남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효성물산, 동양나이론 등의 핵심 사업을 물려 받고, 차남 조양래 회장은 한국타이어, 삼남 조욱래 회장은 대피전혁을 계열 분리해 나간 이력이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효성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4개의 주력 사업을 계열사로 분할할 당시, 조현준과 조현상 두 형제의 계열 분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룹이 장자 승계의 전통을 이어온 만큼 조현준 회장이 핵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효성티앤씨를 가져가고, 조현상 부회장은 오랜 기간 주도해 온 타이어코드 계열사 첨단소재를 분리해 나갈 것이라는 그림이다.
당시 조현준 회장은 효성첨단소재 지분 14.59%를,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티앤씨 지분 12.21%를 처분하면서 이 같은 예상에 힘을 실어줬다. 현재 효성티앤씨는 조현준 회장만 14.59%의 지분을, 효성첨단소재는 조현상 부회장만 12.2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촌 기업인 한국타이어의 '형제의 난' 처럼 갑작스런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신임 부회장이 현재 그룹 지주사에 대해 각각 21.94%, 21.42%로 유사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보유한 효성 지분 9.43%를 어떻게 나눠받을지가 관건이다. 조 명예회장은 지주사 외에도 효성티앤씨 지분 8.19%, 효성첨단소재 지분 10.18%, 효성중공업 지분 10.18%, 효성화학 지분 6.7% 등을 소유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연금(10.49%)을 비롯한 기타 대주주의 지분 역시 적지 않아, 이들의 공감을 얻는다면 또 다른 '형제의 난' 역시 완전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관측이다.
한편 조 신임 부회장은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베인 앤 컴퍼니 일본법인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던 중 효성의 IMF 구조조정 작업에 참여한 이후 20여년간 전략본부장, 산업자재 PG장 등 관리와 현업의 다양한 부문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아버지인 조석래 명예회장과 형인 조현준 회장을 도와 효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경영성과와 능력을 인정받아 세계 경제 포럼이 선정하는 ‘차세대 글로벌 리더(Young Global Leader, YGL)’로 선정됐고, 한중일 3국 정부 기관이 뽑은 차세대 지도자에도 선정된 바 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조현상 부회장이 맡았던 산업용 및 자동차용 고부가 소재 부문을 세계 1위로 올려놓아 효성의 지속적인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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